오는 21대 총선에서 주요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는 만18세 고교생들의 투표 참여다. 선거연령을 현행 만19세에서 만18세로 내려야 한다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광범위하게 제기돼 왔으나 정치적 이해관계 탓에 번번이 무산됐다. 오랜 진통 끝에 지난해 12월 27일 국회에서 선거권 보유 연령 하향 등이 담긴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 법률로 전국 약 14만명의 학생이 오는 4월에 치러질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의 선거권을 갖게 됐다. 전북지역 해당 연령 유권자도 6천 500여명에 달한다. 대부분 고교 3학년생이 이에 해당된다.
현재 선거연령이 18세인 국가는 전 세계 147개국에 이른다. 일본도 지난 2015년 20세에서 18세로 낮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선거연령을 19살 이상으로 묶은 나라는 한국밖에 없으니 세계적 흐름을 벗어났던 것이다.
만18세 고교생들의 선거 참여가 현실화되면서 이런저런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학교의 ‘교실 정치화’ 논란이 대표적인 예다. 중앙선관위의 지침에도 불구 학교에서의 선거 운동에 대한 규제가 모호한 상황이어서 총선이 다가오면 후보들의 무분별한 교육현장 방문으로 학생들의 교육권을 침해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 현장에선 어디까지 선거운동을 허용할 것인가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졸업시즌인 지금 선거 행위가 기승을 부릴 것이고, 앞으로 입학식과 체육대회 등 학교의 모든 행사에 정치인들이 단골로 등장할 수 있게 됐다는 점도 깊이 우려하고 있다. 학교에는 선거권이 없는 고1·2학년 학생들은 물론, 고3 중에서도 선거권이 없는 학생들도 있어 학습권을 크게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교직원 및 학생들이 관련 법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본의 아니게 선거법을 위반할 수 있고, 학교가 후보자 및 지지자들의 각종 민원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물론, 모두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무슨 일이든 처음 시행할 때는 다소간의 시행착오가 따르게 마련이다. 이런저런 이유를 갖다 붙이자면 이 세상에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잘못됐거나 부족한 부분은 차차 고치고 보완해 나가면 된다.
우리나라에서 18살은 이미 법적, 사회적으로 성인으로 대우받는 나이다. 지금의 18세는 정보화 사회에서 성장한 결과 과거 세대보다 지적 능력이나 정치의식도 훨씬 앞서 있다. 그들이 우리 사회의 미래를 고민하고 결정에 참여할 자격이 있다는 건 촛불집회를 통해서도 충분히 확인됐다. 고령화가 심해질수록 젊은이들의 진취적이고 열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정치 참여를 이끌어내는 건 중요하다.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그들을 위한 정책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경제적 활동을 해 나가도록 뒷받침해 줘야 하는 것은 기성세대로서 당연한 일이다. 아울러 일선 교육 현장에서는 정치적 중립을 엄중히 지키면서 학생들이 자유롭고 차분하게 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