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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필요한 건 검역법 개정?공공의료시설 확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다. 여기에 출처와 진위를 알 수 없는 정보들까지 홍수를 이루며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의료계는 지금의 상황이 ‘전쟁터’와 같다며 의학적 판단을 기반으로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를 주문하고 있지만, 총선을 앞둔 정치권은 네탓 공방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복잡다단한 전염병 대응에 당장 필요한 것은 검역법 개정과 공공의료시설 확충이다. 검역법 개정안은 국회 법사위에 잠들어 있다. 현재의 검역법은 1954년 제정된 후 필요할 때 단편적으로만 개정돼 왔다. 그 결과 검역 환경이 항만에서 공항으로, 선박·물류에서 항공기·승객으로, 콜레라 등 세균성 감염병에서 메르스 등 바이러스 감염병으로 바뀌었으나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계류 중인 검역법 개정안은 감염병 위험도에 따른 검역관리 지역의 탄력적 지정 및 차등화 된 검역 조사·조치 시행, 정보 검역 제도 체계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감염병 전문 병원도 전국에 조선대학교 병원과 국립중앙의료원 2개뿐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2016년 인천, 중부, 영남, 호남, 제주 등 5개 권역에 50병상 이상의 감염병 전문병원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2017년 예산 편성 과정에서 호남, 중부, 영남 등 3개 권역에 35병상 규모로 계획이 축소됐고, 겨우 호남권 1곳에서 조선대가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지정됐을 뿐이다.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전주갑)은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라는 국가적 재난상황을 겪으며 나온 대통령 공약임에도 불구하고 2017년도에 감염병 전문병원을 단 두 곳만 지정한 후 멈춘 복지부의 복지부동을 강력히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감염병 전문병원은 고사하고 공공병원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공공병원은 전체의 6% 수준에 불과하다. 이러다보니 전염병과 같은 긴급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 중국 우한의 교민이 병원이 아닌 공공시설에서 방역 조치를 받는 것은 국내 공공의료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무소속 이용호 의원(남원·임실·순창)은 ‘공공의대법’ 2월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이 의원은 “무섭게 번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처할 감염내과 전문 인력이 부복한 현실에서 남원공공의대 설립의 시급성이 입증되었다”며 “국회는 2월 임시회에서 ‘국립공공의대법’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국내에서 38명이나 사망했다. 초기 방역에 구멍이 뚫리면서 병원 내 2차, 3차, 4차 감염까지 발생해 희생자가 늘어났다. 수많은 희생자를 낸 메르스 사태는 준비하지 않으면 큰 화를 입는다는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전염병으로부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일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이참에 법령과 검역?시설 체제를 반드시 완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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