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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지역 교통문화지수 낮은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지난 90년대 중반에 방영된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가 큰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우리나라 운전자들의 교통법규 준수율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제작된 ‘양심냉장고’라는 프로그램이다. 심야 시간대 여의도에 있는 한 아파트 앞 횡단보도에 관찰(몰래)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신호를 지키는 사람에게 냉장고를 선물한다는 내용이다. 기획 의도와는 달리 수십 대의 차량이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는 모습에 진행자들은 낙담했고, 시청자들도 애간장을 태웠다. 몇 시간을 기다리다 지친 촬영팀이 포기하려는 순간 새벽 4시가 조금 지날 즈음 작은 티코 차량 한 대가 신호등이 녹색 신호로 바뀌자 정지선 앞에 섰다.


개그맨 이경규 씨가 감격에 겨워 달려간 차량에는 젊은 장애인 부부가 타고 있었다. “왜 정지선을 지키셨나요?”는 이씨의 우문(愚問)에 지체장애인 남편이 더듬거리며 남긴 말은 “내가…늘…지켜요”였다. 이 짧은 한 마디는 국민들에게 가슴 뭉클함을 전했다. 방송 직후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면서 각종 언론에 대서특필되기도 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나라 교통문화는 과연 얼마나 변했을까. 국토교통부가 최근 공개한 ‘2019년 교통문화지수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평균 교통문화지수는 78.42(100 기준)로 매년 조금씩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전북의 교통문화지수는 시·군 대부분이 전국 하위권인 것으로 조사됐다.


교통문화지수는 매년 전국 229개 기초지자체 중 인구 30만 이상, 30만 미만 시·군·구 등 4개 그룹으로 분류해 주민들의 운전행태, 보행행태, 교통안전 항목의 18개 평가지표에 대한 조사를 실시해 지수화한 값이다. 분석 결과 전북은 76.84를 기록, 전국 평균(78.42)보다 낮았다. 18개 시·도 가운데에는 13번째에 머물렀다. 전북지역 시·군 가운데 A등급을 받은 지역은 단 한곳도 없었다. B등급 역시 남원시, 무주·고창군 세 곳 뿐이었다. 중위권인 C등급은 전주·정읍·김제시, 장수·임실·순창군이, D등급은 군산·익산시, 부안·완주군 등으로 분류됐다. 진안군은 최하 등급인 E등급을 받았다.


교통문화 수준은 그 지역 주민의 의식 수준과도 일맥상통한다. 교통문화 수준은 상당 부분 교통사고 건수와도 비례한다. 지난해 10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북지역 교통사고 사망률이 높은 이유가 무엇이냐”는 한 국회의원의 질의에 조용식 전북지방경찰청장이 “아무래도 전북 이쪽 지역 사람들이 준법 의식이 부족해서 그런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해 논란을 빚은 적이 있다. 조 청장의 이날 발언은 특정 지역민을 비하하는 취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지만, 어찌 보면 한번쯤은 깊이 성찰해 볼 발언일 수도 있다. 교통사고가 주로 운전자와 보행자의 안전의식 결여에서 비롯되는 만큼 선진적인 교통문화 정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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