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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고발자, 철저한 사후 보호책 우선돼야

조직 내부에서 은밀히 벌어지는 범죄 등은 내부자의 도움 없이 밝혀내기가 어렵다. 외부의 감시만으로 부정과 비리를 적발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수면 위로 드러나는 데는 고영태·노승일씨의 내부 제보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 배경이 무엇이었든 이들의 제보가 국정 농단 세력을 단죄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내부 고발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우게 했다.


전주 완산학원 설립자 가족과 교직원들의 비리를 조사해온 전북도교육청이 지난달 30일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교사 35명과 사무직원 8명, 공무직 3명 등 모두 46명에 대한 무더기 징계를 완산학원에 요구했다. 완산학원의 총체적인 비리가 세상에 드러난 것은 한 기간제교사의 용기 있는 공익제보(내부고발)에 의해서였다. 완산학원에서 기간제 교사로 근무했던 그는 지난해 1월 학교 설립자의 전횡을 경향신문에 제보했다. 보도 이후 전북도교육청의 특별감사와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설립자의 행각은 사학비리 ‘종합백화점’을 방불케 했다.


완산학원의 추악한 비리 행태는 온 천하에 드러났지만 정작 공익제보자가 보낸 지난 1년여의 세월은 참담했다. 그는 지난 4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제보 이후 내 삶은 고난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제보 며칠 후 완산학원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동료 교직원들이 “일개 기간제 교사가 왜 벌집을 건드리냐”며 집단으로 따돌림 해 버티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다른 사립학교에 기간제 교사로 들어갔으나 그가 비리 제보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통상 2~3년씩 재계약하는 기간제 교사를 1년 만에 재공모 했고, 1차 서류전형에서 22명 가운데 유일하게 탈락했다. 그는 “전주 시내 사립학교 모임에서 설립자에게 반기를 든 사람은 절대 발붙이게 해서는 안 된다고 합의했다고 하더라”면서 “다른 사학재단 관계자들이 교장·교감 선생님에게 나를 자르라고 수시로 전화했다는 얘기를 동료들에게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위 사례는 내부고발자에게 가해지는 불이익과 폭력의 전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외국의 경우 공공 영역은 물론 기업 부패도 3분의 1 정도가 내부고발로 드러난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껏 양심선언이나 내부고발을 한 이들을 보면 몇몇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말로가 비참하다. 자신이 속한 조직의 비리를 바깥에 알렸다고 ‘배신자’로 낙인 찍혀 조직 내에서 왕따를 당하거나 인사 상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해고를 당해 다른 직장을 구하려고 해도 ‘전력’ 때문에 취업이 어렵다. 심지어 소송까지 당하기도 한다.


내부고발은 철저한 신분보장과 함께 사후 보호책이 담보되지 않으면 확산되기 어렵다. 기존의 공익신고자보호법은 신고자들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돼 주지 못했다. 공익제보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사람도 처벌할 수 있도록 더 적극적인 보호책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내부 고발은 조직의 배신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한 정의로운 행동이라는 인식도 정착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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