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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야권 통합, 원칙과 명분이 생명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격언은 불변의 진리와 같은 것인데, 정치권에서만큼 이 말이 구구절절한 곳도 없을 것이다. 정치권에서 이합집산이니 합종연횡이니 하는 일들이 다반사인 것은 정치인들의 살 길을 찾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다. 야권의 ‘제3지대’ 신당 창당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것도 덕지덕지 흩어져 있는 야권이 뭉치지 않으면 필패한다는 절박한 상황 인식 때문이다. 선거를 앞두고 약세 정당이 강세 정당에 맞서 힘을 모으려는 것은 당연지사다.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21대 총선이 ‘1여 1야’ 대결로 치러지느냐 아니면 ‘1여 다야’ 구도로 전개되느냐의 중요한 분기점에 와 있다. 집권 민주당이 탄탄한 정당지지세를 구축하고 있는 상황에서 야권이 선거에 어떻게 임하느냐는 성패를 가름하는 핵심 요소일 수밖에 없다. 현재처럼 야권이 사분오열된 상태에서 선거가 치러진다면 여당의 절대적 우세는 물어보나 마나다.


바른미래당과 대안신당, 민주평화당은 지난 6일 제3지대 신당 창당을 위해 3당이 머리를 맞대고 통합협의체 운영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호남 야권 3당은 각 당내에 ‘통합추진위원회(통추위)’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통합 협상에 나설 전망이다.


통합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호남 야권 모두 전적으로 공감하고 있으나 문제는 어떻게 하느냐가 핵심이다. 각 3당은 통합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한 밥그릇 싸움에 몰입할 게 뻔하다. 각 당이 양보 없는 지분 다툼에 몰두하다 보면 최악의 경우 통합은 없었던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호남 야권은 회생 불능의 치명타가 될 것이다.


호남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 전체 35석 중 23석을 만들어 주며 압도적 지지를 보냈으나 분당해 민주평화당을 창당했고, 이마저 사분오열로 갈라서 호남의 민심을 배반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최근 최고위원회의에서 “양당제를 극복하라고 국민들이 만들어준 당을 해체·분열시킨 것에 대해 호남 민심, 국민의 화가 풀릴 때까지 반성하는 것이 최우선적으로 필요하다”면서 “호남민심과 국민 앞에서 분열에 대한 석고대죄와 분열방지 서약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이비 개혁이 아닌 분명한 정체성으로 개혁야당을 만들어야 하고, 합쳐서 뭐할 것인지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열을 책임져야 할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백번 옳은 말이다.


정 대표의 말마따나 분명한 원칙과 가치, 명분조차 없이 제 살 길 찾기 위한 단순한 이합집산에 그친다면 국민이 감동할리 없다. 감동은커녕 되레 모진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단순히 ‘반문(반문재인)’ 기치를 내세워 이 세력, 저 세력 다 끌어 모아 몸집을 불린다고 해서 표가 비례해서 더 모일 거라고 기대한다면 큰 착각이다. 명분 있고 원칙 있는 혁신의 통합이어야만 ‘맛 깔 나는 비빔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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