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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이 보여준 강력한 ‘문화’의 힘

김구 선생은 백범일지를 통해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며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김구 선생이 강조한 한국 문화의 힘은 ‘한류(韓流)’라는 이름으로 21세기 들어 지구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K-팝, K-드라마 열풍의 바턴을 이제 영화가 이어 받았다.


한국영화가 ‘기생충’으로 마침내 미국영화산업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아카데미에 첫 깃발을 꽂았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지난 9일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 4관왕의 금자탑을 쌓았다. 한국영화 101년 만의 쾌거인 동시, ‘기생충’은 한국영화사뿐 아니라 세계영화사에 기념비적 작품이 됐다. ‘기생충’은 칸영화제에서도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영화 ‘기생충’이 지구촌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사이 ‘전주영화종합촬영소’가 조용하게, 더불어 뜨고 있다. 전체 촬영 분량의 60%를 전주영화종합촬영소에서 작업했기 때문이다. ‘기생충’의 중심 스토리가 전개되는 박사장(이선균 분)의 집과 정원, 최후의 접전이 벌어지는 가든파티 장면 등은 모두 전주영화종합촬영소 야외세트장에서 촬영됐다. 야외세트는 실제 주거 공간을 본떠 수도 및 전기시설을 갖추고, 정원에 고가의 정원수를 심는 등 섬세한 디테일을 통해 완벽한 세계를 창조해 냈다. 최근 개봉한 ‘남산의 부장들’의 궁정동 안가 장면, 전도연·정우성 주연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주요 장면도 이곳에서 촬영됐다.


최근 몇 년 새 전북이 인기 영화와 드라마 촬영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건 고무적인 일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전북에서 촬영된 영화와 드라마는 무려 61편에 이른다. 장편영화 21편, 드라마 17편, 광고를 비롯한 기타 영상물 23편 등이다. 전주영화종합촬영소를 비롯해 부안영상테마파크, 남원 광한루원, 고창읍성, 전동성당 등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명소가 많기 때문에 전북이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각광받고 있다.


800만명의 관객이 몰린 영화 ‘백두산’은 세계 새만금 잼버리 부지에서 일부 장면을 찍었다. 영화 ‘미스터주’는 전주동물원, 완주 상관 정수장, 무주 데프콘 서바이벌 체험장, 부안 계화방조제, 익산 구룡마을 등을 배경으로 했다. 최근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의 극적인 장면을 촬영한 곳도 순창 채계산 출렁다리이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일본도 중국도 이루지 못한 문화강국으로서 대한민국의 힘을 증명했다. 문화는 상품인 동시 그 어떤 물리적인 힘보다 모든 경계를 무너뜨리는 강력한 무형의 힘이다. 전통과 현대 문화가 공존하는 전주, 전북이 이제 백범 선생이 한없이 가지고 싶어 했던 높은 문화의 힘을 보여줄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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