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건물주와 세입자 ‘상생’해야 상권도 산다

전주한옥마을 일부 건물주들이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입자들과 고통 분담 차원에서 임대료 10% 이상 인하를 결정했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국가관광거점도시인 전주시민 다운 통 큰 결정”이라며 반겼다. 김 시장과 한옥마을 건물주 14명은 지난 12일 최명희문학관에서 전주한옥마을의 지속 발전과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상생선언문 선포식을 가졌다.


건물주들은 상생선언에서 코로나19 상황이 종료되는 시점을 고려해 3개월 이상, 10% 이상의 임대료를 인하해 세입자들의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돕기로 했다. 이와 함께 주변 건물주 참여를 권장해 한옥마을 상생협력 분위기를 확산시키기로 했다.


전주의 대표적 관광지인 한옥마을 건물주들의 자발적인 임대료 인하 결정이 지역 내 상권을 넘어 타 여행지로도 확산할지 주목된다. 전주한옥마을은 연간 1000만명이 찾는 국내 대표 관광지가 되면서 임대료가 비싼 지역으로 꼽힌다. 하지만 장기화된 경기침체에다 코로나19 악재까지 겹쳐 관광객이 급감했다. 가게를 빌려 장사하는 자영업자들은 손님이 줄어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주시와 한옥마을 건물주들의 이번 상생 협약은 분명 귀감을 살만한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있다’는 희화화된 농담이 있다. 건물주의 갑질을 빗댄 표현이다. 건물주는 부러움의 대상이지만 사회적으로는 인식이 그다지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상권이 좋아지면 건물주들은 과도하게 월세를 인상한다든가 세입자를 내보내기도 한다. 임대료가 높아지면 월세를 감당하지 못하는 가게들은 하나 둘 문을 닫고 다른 지역으로 떠난다. 낙후됐던 구도심이 활력을 되찾으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결국 원주민은 내몰리게 되는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현상이 사회적 이슈가 된지도 오래다.


가게들이 하나 둘 떠나기 시작하면 몰리던 사람들이 줄어들고, 상권은 급속도로 침체되기 시작한다. 이는 상권을 형성하고 건물의 가치를 높이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세입자들의 공로를 인정하지 않는 건물주들의 어리석음으로 야기되는 현상이다. 건물주들의 이기주의는 결국 건물주 자신의 피해로 고스란히 되돌아온다. 물론, 자세히 들여다보면 속에 천불이 나고 있는 건물주들도 많기는 하다.


상권을 활성화 시키는 건 대부분 세입자들의 몫이다. 특색 있고 개성 있는 가게들이 하나 둘 생겨나면 각종 SNS와 입소문을 통해 인파가 몰리기 시작한다. 상권이 활성화되면 땅값이 오르고, 건물의 가치도 올라간다. 건물주들은 건물의 가치를 높여주는 세입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이들과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아니라 ‘건물주 위에 세입자’ 라는 말을 가슴 속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그래야 상권도 살고 건물의 가치도 높일 수 있다.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