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또 이합집산의 계절을 맞이했다. 2개월도 채 남지 않은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치세력들의 생존투쟁이자 우리의 경험상 자연스런 현상이다. 아직 정당정치가 미숙함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산 증거이기도 하다. 새로운보수당에 소속돼 재선을 노렸던 정운천 의원(전주을)이 최근 탈당과 함께 자유한국당의 비례대표용 위성 정당인 미래한국당에 입당했다. 정 의원은 “전북의 실종된 정당정치, 책임정치, 상생정치를 살리기 위해 보수정당의 옷을 입고 전북으로 향했다”고 탈당 이유를 밝혔다.
4년마다 치러지는 총선이 다가오면 단 한 번도 빠짐없이, 지겹도록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물갈이’이다. 점잖은 말로 표현하면 ‘세대교체’다.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물갈이론’은 오르지 자신의 정치생명을 이어가는 데만 급급한 기성 정치인들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역정서에 기반을 둔 선거 문화가 뼛속까지 스며든 우리나라 정치풍토 상 총선 출마자들에게 ‘공천’은 목숨 줄과도 같다. 그래서 공천 과정을 전쟁이라고 일컫는다. 특정 지역에서 ‘공천=당선’이라는 등식은 시대가 한참 바뀌었지만 현재도 절대 유효하다. 민주당 정서가 유독 강한 전북지역의 경우도 ‘민주당 경선은 곧 당선’이라는 믿음이 강해 이번 총선은 여야 경쟁 구도보다 민주당 후보들 간 경선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총선 때마다 정치권은 입버릇처럼 ‘공천 개혁’을 앞 다퉈 부르짖고 있지만 물갈이니 세대교체니 하는 말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것은 공천 개혁이란 게 실상은 ‘그 나물에 그 밥’이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여야는 이번 총선에서 대폭적인 물갈이를 통해 정치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다. 여야 모두 최소 30% 이상의 현역 국회의원을 물갈이하겠다고 공언했다. 20대 국회는 ‘식물 국회’니 ‘역대 최악’이니 하는 비난을 왔던 터이다. 하지만 사람만 바뀐다고 물갈이가 아니다. 어떤 사람으로 물갈이를 하느냐 하는 ‘인적 쇄신’이 핵심이다.
공당의 공천은 과정도 철저히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져야 한다. 국민이 갈망하는 정치 변혁과 개혁의 출발점이 공천이라는 점을 당 지도부는 가슴에 새겨 무엇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공천자를 결정해야 한다.
‘장강(長江)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 낸다’는 말이 있다. 이는 ‘새로운 것이 오래된 것을 밀어 낸다’는 뜻이다. 역사의 필연적인 흐름을 의미하지만, 흔히 정치권에서 세대교체의 필연성을 언급할 때 자주 인용되는 문구다. 물은 오래 고여 있으면 썩기 마련이고, 애초부터 썩은 물은 빨리 흘려보내야 한다. 장강의 앞 물결을 밀어내기 위해선 거대한 새로운 희망의 뒷 물결이 밀어줘야 한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면, 선거에서는 공천이 만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