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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쟁(政爭)의 희생양으로 전락한 공공의대법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의대법)’이 끝내 20대 국회 벽을 넘지 못했다. 결국은 알량한 지역주의에 함몰돼 정쟁(政爭)의 희생양으로 전락하고 만 셈이다. 일부 미래통합당 의원들의 반대뿐만 아니라 여당 내에서조차 자신의 지역구에 유치를 약속할 경우에만 적극 협조하겠다는 말도 나돌고 있다니 한심한 노릇이다.


지난 19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장은 고성으로 얼룩졌다. 법안심사위 소속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은 미래통합당의 반대와 민주당의 방임으로 법안소위 안건에서 제외됐던 공공의대설립법을 소위 안건으로 상정할 것을 강력히 주장했다. 그러나 표결까지 거치는 우여곡절 끝에 법안이 상정되기는 했지만 위원 간 고성까지 오가는 등 진통을 거듭하다가 결국 법안 통과는 무산되고 말았다.


미래통합당 김승희 의원(비례대표)은 “김광수 의원(전주갑)이 총선을 앞두고 지역 이기주의로 공공의대 설립 제정 법안을 심사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공의대법은 폐교된 서남대 의대 활용을 전제로 추진된 것으로, 국립 공공의료대학원이 설립된다면 그 위치는 남원이 될 것이라는 점을 의식한 발언이다. 김광수 의원은 “김승희 의원 역시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이전 지방선거에서 지역 공약으로 정한 공공의대 설립법 심사를 당리당략을 고려해 반대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현재 국회에는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포함한 총 3건의 공공의대법안이 계류 중에 있다. 법안 통과 시 구 서남의대 티오(TO)를 활용 남원에 공공의대를 설립한다는 게 정부의 방안이다.


공공의대법은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와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 공공보건의료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의료 소외지역에 필요한 응급, 외상, 심뇌혈관, 산부인과, 소아과 등의 필수 의료인력 양성을 위한 대표적인 민생법안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사스, 신종인플루엔자, 메르스에 이어 가공할 위력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코로나21에 이르기까지 감염병이 주기적으로 발생하면서 공공의료 분야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사스와 메르스 등 재난 수준의 국가위기 상황이 반복될 때마다 정부와 국회는 선제적 대응체계를 가동하지 못한 채 뒤늦게 수습하느라 정신적?경제적?시간적 낭비가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다. 체계적인 시스템과 관련 인프라가 부재한 까닭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공의료대학설립이 포함된 공공의대법은 정쟁의 대상으로 폄하시킬 수 없는 국민 모두를 위한 필수 민생법안이다. 사사건건 지역문제를 들고 나온다면 국회에서 온전히 처리될 법안이 몇 개나 되겠는가. 공사(公私)는 분명히 가려야 한다. 공과 사를 구분조차 하지 못하는 국회라면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이유마저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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