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면서 어디 하나 온전한 곳이 없을 정도다. 실물경제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국민들의 심리는 얼음장처럼 얼어붙었다. 피해가 모든 업종으로 확산되는 분위기지만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타격은 너무 크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화훼농가들도 예외 없이 치명타를 받고 있다. 화훼농가들에게 2월은 졸업식, 입학식, 회사나 관공서의 인사 시기 등이 겹쳐 연중 최고의 대목이지만 올해는 상황이 판이하게 다르다. 거의 모든 행사가 실종된 상태다. 산지에서는 한해 꽃 소비가 가장 많은 2, 3월에 맞춰 출하하기 위해 난방비를 들이면서까지 애써 생산한 꽃을 폐기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도매시장에서 꽃값은 예년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떨어졌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경우 5월 특수도 사라질 우려마저 있으니 갈수록 태산이다.
화훼농가의 어려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6년 9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에는 아프리카 돼지열병으로 지역축제가 대부분 취소돼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숨을 돌릴 틈조차 없이 이번에는 코로나19 여파로 망연자실 한 분위기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꽃이 주로 행사용으로 소비되다 보니 각종 모임이나 행사가 줄줄이 취소된 코로나19의 충격은 더 크게 다가온다.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 농협 등 일선 기관들이 나서 화훼농가에 대한 자금지원을 확대하고, 대규모 꽃 소비촉진 캠페인을 펼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얼어붙을 대로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녹이기에는 역부족이다.
전북도와 도내 각급 기관 단체들도 꽃 소비 활성화에 일심동체가 되어 발 벗고 나섰다. 도는 코로나19로 위축된 화훼 소비시장 활성화를 위해 청내와 유관기관 등을 대상으로 꽃 소비촉진 운동을 벌이고 있다. 화훼재배 농업인들에게는 전북도 농림수산발전기금을 지원하고 있다.
전주시도 시청 각 부서와 유관기관을 매칭, 유관기관별 화훼농가 꽃 사주기 운동 동참을 적극 권유하고 나섰다. 이밖에 전북경찰청, 전북농협, 전주시농업기술센터, 국민연금공단, 전북은행, 원광대학 등도 꽃 사주기 운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꽃이 허례허식을 조장하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각종 행사를 기념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또한 꽃이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워진 화훼농가를 돕기 위해 각 기관 단체마다 꽃 팔아주기 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다. 이번 꽃 소비촉진 행사가 1회성 보여주기 식이 아닌 생활 속에 꽃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꽃 소비를 늘리기 위해서는 소비문화를 선물용에서 생활용으로 바꾸는 의식변화도 필요하다. 감염병으로 모두가 어려운 지금, 주위를 돌아보고 고통을 나누는 실천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