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대계를 염두에 두고 추진해야 할 전주시청사 이전 문제가 오락가락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갑자기 시 외곽지역인 덕진구 조촌동에 제2청사를 신축하겠다고 밝혀 많은 시민들이 의아해 하고 있다. 전주시청사 이전?신축은 오래 전부터 꾸준히 논의돼 온 사안이다. 준공된 지 37년이 지난 탓에 낡고 비좁은 데다 주차장 시설도 턱없이 부족해 직원들은 물론 민원인들도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시는 부족한 업무 공간 확보를 위해 인근 현대해상과 대우증권빌딩 일부를 임대해 땜질식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동안 청사 이전과 관련 여러 방안이 제기돼 왔지만 시는 “청사를 이전하면 가뜩이나 침체한 옛 도심에 심각한 타격이 될 수 있다”며 이전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인근 현대해상 빌딩 전체를 매입해 청사를 이전하는 방안도 추진했지만 매매 대금의 차이가 커 중단됐다. 시는 여전히 현대해상 건물을 적지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제대로 된 청사가 아닌 건물을 매입해 시청사로 활용하는 것은 전주가 갖는 역사적 상징성, 1000만 관광도시 등의 이미지를 고려할 때 시민들의 정서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의견도 다수를 이루고 있다. 게다가 김승수 시장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신축 이전이 필요하고 내적으로 방안도 가지고 있다”고 말한 것과 동떨어진 대안이어서 앞뒤도 맞지 않는다.
시청사 이전 문제가 원점을 맴돌고 있는 상황에서 느닷없이 제2청사 신축 얘기가 불거졌다. 그것도 하필 코로나21로 온 나라가 혼란스러운 비상시국 상황에서 말이다. 시는 최근 조촌동 항공대대 인근에 제2청사를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2024년 완공을 목표로 지하1층, 지상4층, 연면적 1만3,500㎡의 통합청사와 9,500㎡의 별도 청사로 조성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제2청사 사업은 항공대대 이전으로 수년 간 갈등을 겪어온 주민들을 달래기 위한 당근책이라는 의견이 많다. 항공대대 이전 논란을 잠재우려는 고육책이라는 것이다. 제2청사를 만들며 전주예비군대대도 인근으로 이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후폭풍까지 예상된다. 제2청사는 항공대대 이전에 상응하는 당근책이기에 예비군대대가 이전하면 그에 따른 보상책도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공공청사를 짓는데 가장 기초적인 공론화 과정조차 거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주시의회마저 해당 사안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면 뭔가 한참 잘못된 것이다. 한 번 건립하면 이전이나 재건축이 힘든 공공기관 특성상 충분한 논의와 전반적인 도시계획 등이 고려돼야 하는 게 당연하다. 수백억원을 들이는 공공사업을 시민 의견수렴조차 없이 이렇게 단기간에, 그것도 특정지역 주민 달래기용으로 계획한 것이라면 향후 엄청난 비난에 직면할 것은 물어보나 마나다. 전주시 북쪽 가장 외곽에 자리한 조촌동 입지가 2청사 위치로 과연 최적지인지에 대한 면밀한 검증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