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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료시설 확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코로나19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되자 새삼 지난 2013년 2월 폐쇄된 옛 경남 진주의료원이 거론되고 있다. 진주의료원이 있었다면 적어도 경남 지역에서 만큼은 이번 사태에 상당히 유용하게 활용이 가능했을 것이란 얘기다. 실제 지난 2009년 신종플루 대유행 당시 경남도는 진주의료원을 ‘신종플루 치료 거점 병원’으로 지정, 격리병실과 야외 텐트 3개동까지 마련해 1만 2000명의 의심자와 500여명의 확진자를 치료했다.


당시 홍준표 지사가 내세운 진주의료원 폐업 이유는 방대한 적자와 비효율적 경영이었다. 홍 전 지사는 새누리당 소속 경남 지역구 의원들의 권고와 보건복지부 장관이 말리는데도 노조와 대화로 풀리지 않자 법적 사형선고인 진주의료원의 폐업을 밀어붙였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공공의료원에 일반 기업과 같은 경영의 잣대를 들이대는 게 타당하냐는 논란이 많았지만 끝내 폐업됐다.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는 공공의료는 꾸준히 위축되고 민영의료가 공룡처럼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10%도 안 되는 공공병상 비율은 OECD 평균인 75.1%는 물론이고 세계에서 의료 상업화가 가장 많이 된 미국의 34%에도 훨씬 못 미친다.


이렇게 된 것은 급증하는 의료수요를 철저하게 민간자본에 맡겨버린 역대 정부의 정책 탓이 크다. 여기에 초대형 병원 중심의 화려한 의료시설 경쟁이 벌어졌다. 국민의 보편적 건강권은 뒷전이 됐고, 의료사업가들의 수익성과 효율이란 가치가 공공의료를 밖으로 내몰았다.


지난 2015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뒤돌아보자. 아이러니하게도 세계 수준의 의료 경쟁력을 자랑한다던 삼성서울병원이 감염병 퇴치에 선도적 역할은커녕 오히려 메르스 확산의 진원지가 되고 말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생생히 기억한다. 삼성서울병원은 내부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자 일부 병동을 폐쇄하기에 이르렀다. 알고 보니 그곳에는 감염병에 대비한 음압병실이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감염병 환자가 수익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 까닭에 그런 시설을 둘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 터다. 일부 대형 민영병원 중심으로 의료 기술과 시설이 세계 최고 수준에 올랐다 하나 국민 건강 차원에서는 사상누각과 같음을 보여줬던 실증 사례다.


2000년대에 들어 강력한 감염병이 주기적으로 창궐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공공병원은 전체의 고작 6% 수준이다. 이러다보니 전염병과 같은 긴급 사태 발생 시 체계적인 대응보다는 그때그때 임기응변식으로 위기를 넘기기 일쑤다. 수많은 희생자를 낸 2015년 메르스 사태는 준비하지 않으면 큰 화를 입는다는 교훈을 남겼다. 그럼에도 얼마 전 ‘공공의대법’의 국회통과가 물거품이 된 것은 개탄스러울 일이다. 코로나바이러스 현장을 생생하게 지켜보면서도 얼마나 더 혹독한 희생을 치러야 국회 문턱을 넘어설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공공의료시설 확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점을 깊이 깨달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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