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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의 선택, ‘정당이냐 인물이냐’ 그 뻔한 질문

민주주의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선택 기준이 ‘정당이냐 인물이냐’하는 것은 만고불변이다. 이 두 선택 기준 가운데 항상 강조되는 것은 ‘인물’이다. 매번 선거 때마다 참신한 인물 운운하며 ‘물갈이론’이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정당을 보고 후보를 선택하겠다’보다 ‘인물을 보고 선택하겠다’는 응답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대부분 반대의 결과가 나타난다.


흑백으로 확연하게 양분된 우리나라의 지역 특수성이 투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과거 영호남 지역의 경우 색깔에 편승한 정당 찍기로 특정당이 싹쓸이 하는 무지막지한 투표 결과도 종종 보아 왔다. 그래서 ‘텃밭’이란 말이 생겼다.


민주당의 경우 지난 5일 전주갑, 전주을, 남원·임실·순창 등 3곳에 대한 후보 경선을 끝으로 전북지역 10개 선거구 본선 진출자를 모두 확정했다. 전북에서의 민주당 경선은 4.15 본선보다 더 치열하다는 얘기가 많았다. 민주당 텃밭인 전북지역에서 ‘경선 승리=당선’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전북 10석 전체를 점령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역시 인물보다는 정당이 우선이라는 얘기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당시 야당 텃밭이던 전북에서 여당(새누리당) 간판을 달고 전주(을)에서 유일하게 당선된 정운천 의원은 이번 21대에서는 지역구 출마를 포기하고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출마에 나섰다. 지역에 부는 민주당 바람을 피해 비례 쪽을 택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민생당(5명)과 무소속(2명)에 포진한 7명의 현역 의원들도 민주당의 거센 바람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두고 노심초사하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호남 지역에 출마하고자 하는 후보자가 없자 오죽하면 공천 추가공모를 통해 기탁금 1500만원을 전액 지원하겠다고 했을까.


이번 전북 총선에서 민주당과 민생당의 대결 구도는 정당론과 인물론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러나 민생당은 바른미래-대안신당-민주평화 등 과거 국민의당에서 분파된 3당이 호남을 지지기반으로 지난달 24일 합당해 만든 신생 정당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정당 대 인물 대결이라는 잣대를 들이대기는 마땅치 않다. 민생당 역시 호남지역에서는 민주당에 필적하는 지역색깔을 띠고 있어서다. 지난 20대 선거에서 국민의당이 호남을 거의 싹쓸이하다시피 하지 않았던가. 그 때도 역시 인물 보다는 ‘안철수 바람’에 편승한 ‘당 바람’이었다고 봐야 한다. 


과거에 비해 지역 색깔론은 많이 희석됐다고는 하지만, 지역주의에 기생한 선거 풍토는 여전히 시퍼렇게 살아 있다. 지금도 ‘호남중심 당’이라는 말이 아무 거리낌 없이 회자되고 있다. 이런 뒤틀린 선거 풍토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길은 유권자들의 지각 있는 선택 외에는 방법이 없다. 그게 아니라면 ‘정당이냐 인물이냐’의 물음은 일고의 가치가 없는 말장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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