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구조조정에서 1순위는 단연 음악·미술·무용·서예 등 예술학과라는 점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예술관련 학과들마다 폐과나 통합이라는 비운을 맞고 대학 내에서 비인기 학과로 전락한지 오래됐다. 산업 수요 연계성이 낮고 취업률이 저조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원광대학교 음악과 학생들이 지난 5일부터 대학본부 앞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학교 측으로부터 폐과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원광대 음악과 재학생 및 동문 200여명은 지난 11일 비대위 구성까지 마치고 폐과 반대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폐과를 감행할 경우 법정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원광대는 최근 70여 개 학과를 대상으로 학생 충원율과 재정기여도, 취업률 등을 평가한 결과, 음악과가 하위 10%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폐과를 추진 중이다. 오는 18일 열리는 교무위원회에서 최종 폐과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대학 측은 음악과 폐과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재학생 및 구성원들과의 대화도 전혀 없이 일방적인 폐과 통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광대의 폐과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2년 교육부로부터 재정지원제한 대상에 선정된 후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당시 도예·환경조각·서양화 전공 등 11개 학과 폐지가 논의된 바 있다. 태반이 문화·예술분야 학과였다. 지난 2014년에도 서예학과 폐지를 단행하면서 당시 구성원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순수예술학문 및 예술관련 학과 축소?폐지 문제는 이미 여러 차례 불거진 바 있다. 이는 도내 대학들뿐만 아이라 전국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대학들이 예능학과 축소·폐지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정부의 왜곡된 대학 재정지원 정책이 주된 요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다.
취업률이나 학생 충원률 위주로 재정지원 평가를 하다 보니 기초학문이나 예체능 학과들이 설 땅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창의성과 상상력을 주입해 예술가로의 꿈을 키워가는 학생들에게 취업률이란 잣대로 학과를 폐지하려는 무지한 일이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는 게 우리나라 대학교육 현장이다. 정부 생각대로라면 회사에 취직하지 않고 자유스럽게 예술 활동을 하는 예술인들은 모두 실업자이고, 모든 예술대학(학과)는 실업자 양성소라는 것인가. 예술전공자들이 정규직으로 취업할 확률이 얼마나 된단 말일까. 예술 전공자를 따로 뽑는 기업이라도 어디 있다는 것인가. 취직하러 예술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한류 열풍이 아직도 와 닿지 않는 것일까. 백범 김구 선생은 그 암울한 시기에 ‘나의 소원’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는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