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코로나 사태가 몰고 온 현대차 노조의 뒤늦은 자성의 목소리

전북 제조업의 최후 보루라 할 수 있는 현대자동차 전주공장도 코로나19를 온몸으로 맞고 있다. 불과 몇 년 새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에 이어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익산 넥슬론 부도, OCI군산공장 구조조정 등에 이르기까지 전북 제조업의 든든한 버팀목들이 한계에 직면하면서 전북경제가 지독한 혹한기를 겪고 있다. 급기야는 전북지역 제조업계를 지탱해 온 현대차 전주공장마저 사정이 심상찮게 돌아가고 있다. 전·후방 고용유발 효과가 큰 자동차산업의 부진은 그 자체로 경제 전반에 엄청난 충격을 준다.

전주공장은 지난 2014년 6만9천대 생산을 정점으로 계속 내리막길로 접어들기 시작해 지난해 4만4천대까지 감소했다. 현대차가 완주군에 내는 지방소득세 역시 2017년 100억에서 지난해 18억8000만원으로 81.2%나 감소했다. 이런 상태에서 ‘우한 쇼크’라는 무서운 복병을 만나 다시 악전고투하고 있다. 전주공장은 총 10만대의 완성차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능력을 갖추고 있으나 현재 생산 대수는 설비 능력의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고 있다.

현대차와 전북도는 위기 돌파를 위해 친환경수소상용차 산업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지만 당면한 위기를 돌파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에 직면했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지난달 부품 수급 차질로 셧다운 사태를 겪었고, 이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면서 미국과 유럽 등 현지 공장들도 잇달아 폐쇄되거나 조만간 폐쇄될 예정이어서 앞날은 더욱 가시밭길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위원회는 전북 상용차 산업위기 해소를 위해 지역 정치권과 전북도가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위원회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절박한 심정으로 지역 정치권과 전북도에 강력히 호소한다”며 “전주공장의 고용위기 해소를 위해 노·사·민·정 협의체 구성과 노·사 합의한 픽업트럭 전주공장 생산을 위해 힘을 모아 달라”고 간청했다.

현대차 그룹의 위기는 강성으로 정평이 나 있는 노동조합원들의 마음까지 되돌리고 있다. 노조는 최근 자체 소식지를 통해 “현대차 노조 지부 조합원은 배부른 귀족노동자, 안티현대로 낙인찍히는 불명예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면서 “이제 노동운동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자성했다. 투쟁을 요구하는 일부 현장 조직을 향해서는 “아직도 이념 논리에만 집착해서는 안 된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노동운동을 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임금 및 단체협상 교섭 때마다 파업을 밥 먹듯 했던 노조였던 점을 감안하면 지금의 사태가 얼마나 위급한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이번 위기를 계기로 현대차 노조도 자신들의 과거를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제는 지나친 투쟁 노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깊이 새겨볼 필요가 있다. 상황이 호전된다고 해서 다시 과거의 투쟁방식으로 되돌아간다면 고객의 신뢰를 저버리게 될 것이다. 특히 지금 같은 초유의 위기국면에서는 노사 상생의 협력만이 난국을 돌파할 수 있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