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과 ‘보존’은 영원히 동행할 수 없는 상극 관계일까. ‘개발이냐 보존이냐’의 논쟁이 가장 치열한 곳이라면 단연 새만금이다. 자그마치 30여년 가까운 세월동안 지속돼 왔다. 새만금사업지구 내 개발과 보존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해창 ‘장승벌’로 옮겨 붙었다. 전북을 비롯한 전국 시민사회단체 등이 새만금 해창 갯벌과 장승의 보존을 촉구하고 나섰다.
‘해창장승벌 보전을 염원하는 전국의 종교·시민사회단체’는 지난 23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창 장승벌은 새만금 보전운동의 성지로 보전돼야 한다”며 해창 장승을 훼손하는 진입로 계획을 변경을 요구했다. 이들은 “전북도와 농어촌공사가 잼버리 행사장 진입도로 개설을 이유로 장승벌에 도로를 개설하고 매립을 하겠다고 통보한 것은 환경보존의 역사적 배경과 철학을 무시하는 야만적 행위다”고 성토했다. 이어 “매립부지를 최소화하고, 미래의 잠재적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잼버리행사 후에 갯벌이 복원될 수 있는 생태적 관점의 계획을 재수립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새만금사업지구 내 해창 갯벌은 ‘장승벌’이라 불린다. 2000년부터 지역 어민, 4대 종단, 환경단체, 문화·예술인 등이 새만금 갯벌을 지켜내자는 염원을 담아 장승을 세운 갯벌이다. 이곳에는 장승 50여개가 세워져 있다. 갯벌 보전과 생명 평화의 마음을 담은 것이다. 장승벌은 새만금 보존운동의 성지로 인식돼 전국 시민단체와 환경단체, 학생들의 환경교육장이기도 했다.
그런 장승벌이 존폐의 위기에 처했다. 2023년 개최될 예정인 세계 잼버리대회 장소와 겹치면서 이곳에 진입로가 건설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환경단체들은 장승벌을 없애 진입도로를 건설하려는 계획에 반발하고 있다. 세계 스카우트들에게 친환경 교육장이 될 수 있는 장승벌 대신 도로를 건설하겠다는 발상 자체를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21세기 들어 환경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관심사 가운데 하나다. 가까운 예로 우리는 거의 매일매일 미세먼지로 인한 고통과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미세먼지를 줄이겠다고 온갖 처방을 강구하면서도 다른 한쪽에서는 경제성 논리를 앞세워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을 버젓이 자행하고 있다. 이 얼마나 파렴치하며 이율배반적인 행위인가.
세계잼버리대회도 전북으로서는 매우 의미 있는 행사임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고작 며칠 동안 열리는 반짝 행사를 위해 역사와 생명이 영원히 숨 쉴 공간을 파괴하겠다는 발상이야말로 무지의 극단이 아닐 수 없다. 잼버리대회에는 세계 5만여명 이상의 청소년?지도자들이 참가해 인종과 종교, 이념, 문화의 차이를 뛰어넘는 교류를 다진다고 한다. 이런 뜻깊은 행사에서 해창 장승벌은 세계인들이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자산으로 손색이 없다. 개발과 보존은 상극이 아니라 서로 공존할 때 그 시너지 효과는 배가 될 수 있음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