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21대 총선에서 전북지역 야권 후보들의 정체성이라고는 눈 씻고 찾을 길이 없다. 정치라는 게 본래 지지고 볶고 하면서 분화를 거듭해 가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번 총선을 앞두고 야권 후보들의 행태를 보면 가히 역대급이라 할만하다. 그 가운데 민생당의 자중지란은 총체적인 난국 그 이상이다.
민생당은 지난 20대 총선 당시 호남의 전폭적인 지지를 기반으로 한 국민의당에서 출발했다. 그들이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으로 쪼개졌고, 4.15 총선을 앞두고 하나의 정당으로 헤쳐 모였다. 그야말로 복잡한 관계로 얽혀 있다. 하지만 최근 범여권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두고 심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애초부터 그들이 화학적 결합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이 강했다. 선거를 앞두고 급조한 통합신당이라는 점에서 그들의 미래 또한 불투명했다. 지지율도 형편없이 추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도내 제1 야당인 민생당 소속 현역 국회의원들이 대거 소속 정당을 탈당해 무소속 출마로 향하고 있다. 현역 의원 5명 중 2명이 이미 탈당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후보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명색이 도내 제1 야당인데 지역구 후보마저 모두 채우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재선에 도전하는 김광수 국회의원(전주갑)은 25일 민생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앞서 김종회 국회의원(김제·부안)도 이달 초 민생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들의 탈당으로 도내 민생당 현역 의원으로는 유성엽(정읍·고창), 조배숙(익산을), 정동영(전주병) 의원 등 3명만 남았다. 이중 정동영 의원도 민생당 집행부와 날을 세우며 탈당 시기를 저울질 중이다. 전북도지사 선거에 출마했다 낙선한 민생당 임정엽(완주·진안·무주·장수) 예비후보도 최근 무소속으로 갈아탔다. 이들이 무소속으로 갈아타는 이유는 단 하나, 지지율 하락이다. 민주당과의 한판 승부를 예고하며 호기롭게 전북 텃밭사수를 주장하며 선거전에 나섰지만 지극히 낮은 정당지지도로 선거동력을 상실해 가며 총선 참패가 기정사실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지역은 이번 총선에서 집권당 후보들이 제1야당, 제2야당이 아닌 무소속 후보들과 1:1 대결 구도를 벌이는 초유의 사태가 예상된다.
민주당 색깔을 입은 무소속 의원과 후보들의 움직임도 확연하다. 민주당 텃밭인 전북에서 유권자로 하여금 민주당으로 비치는 무소속 후보로 나서야 득표율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일부 후보들은 당선되면 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는 얘기를 공공연하게 떠들고 있다. 무소속 출마의 정체성을 그 어디에서도 찾기 힘들다. 옳고 그름에 대한 심판은 결국 유권자들의 몫이다. 표로 심판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