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고 장기화되면서 원격의료 진료의 중요성이 재확인되고 있다. 원격의료 진료는 의료와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해 환자가 병·의원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 통신 네트워크로 연결된 스마트폰이나 모니터를 통해 의사 진료를 받는 의료서비스다. 거동이 불가능한 환자나 의사가 없는 도서 벽지 환자들에게 매우 유용한 첨단의료서비스로 세계 주요 국가에서는 이미 활성화돼 있다. 의료와 IT는 우리나라가 모두 강점을 지니고 있어 이를 결합한 한국형 원격의료 시스템은 해외에서도 각광을 받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016년 제2차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대한 환자 만족도 조사 결과 도서벽지 주민의 83%, 노인요양시설 거주자의 88%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1차 시범사업(77%)보다 만족도가 훨씬 높았다. 복지부는 이런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원격의료의 임상, 보안, 기술적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럼에도 정식 서비스를 하지 못하고 20년째 시범사업만 되풀이하고 있다. 의사협회와 동네병원들이 반대하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원격의료가 도입되면 의료서비스의 안정성과 의료사고 예방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대형병원에 밀려 동네의원의 설자리가 좁아진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정부의 평가 결과조차 신뢰할 수 없다고 억지를 쓰고 있다.
의사들은 2014년 3월 정부의 원격의료 도입 추진에 반발해 집단휴진을 하기도 했다. 당시 야당도 ‘의료영리화’ 운운하며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외면했다. 정부가 시범사업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의료법 개정안에 따르면 원격의료는 동네의원들만 허용하며 일반 만성질환을 앓는 환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의협의 반대는 혁신을 두려워하며 밥그릇을 지키려는 집단이기주의로 볼 수밖에 없다.
시스템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이제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초저지연 5G 서비스가 상용화되면서 의사와 환자 간 커뮤니케이션이 놀랄 정도로 개선됐다. 원격의료 인프라는 충분히 갖춰진 셈이다. 외국의 사례를 봐도 이미 원격의료는 안정화 단계로 들어섰고 관련 시장도 커지고 있다. 국내도 원격의료 관련 기업들은 기술과 시스템 개발을 완료해 놓고 있으나 국내에서 원격의료 시장이 열리지 않자 속속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거의 모든 분야의 산업구조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도 반복해 출현하고 있다. 이런 시대에 의료만 대면 진료라는 기존 시스템을 고집하는 것은 커다란 시대착오다. 진료란 의사를 위한 것이 아니라 환자를 위해 존재한다. 몸이 불편해 병원에 갈 수 없는 사람이 많다. 이들이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의료법 개정을 더 이상 늦춰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