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의 제21대 총선 여론조사 등의 결과만 놓고 보면 호남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압승이다. 4년 전 국민의당에 무참히 짓밟혔던 당시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라 할만하다. 20대 총선 때 민생당의 전신인 국민의당은 전북 10개 선거구 중 7곳에서 승리를 거두는 대 전과를 거뒀다. 그랬던 국민의당이 지금은 갈기갈기 찢어 발려졌다. ‘안철수 바람’이라는 형체도, 향기도 없는 바람 덕에 금배지를 단 소속 국회의원들은 불마 4년만에 기댈 곳 찾기에 전전긍긍하는 떠돌이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탐욕과 오만, 나태가 자초한 필연의 인과응보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호남 지역 의석 대부분을 탈환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 같다. 가장 최근 분석에서 민주당은 전체 호남 의석 28개 가운데 23곳을 ‘우세’ 지역으로, 4곳을 ‘경합우세’ 지역으로 분류했다. 무려 27곳이 최소 경합우세 이상이라는 얘기다. 남원·임실·순창만 유일하게 경합 지역으로 예상했다. 민생당도 전북에서는 정읍·고창 한곳만 ‘경합우세’ 지역으로 판단했다. 만약 이 같은 결과가 그대로 실현될 경우 민주당은 4년 전 국민의당처럼 호남에서 압승이다. 언론사 여론조사에서도 호남은 민주당 우세 일색이다. 전북지역은 강도가 더한다.
전북일보와 KBS전주방송총국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8~29일까지 도내 전역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도내 10개 선거구 가운데 두 곳만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을 뿐 나머지는 민주당 후보 우세다. 그것도 상대 후보들을 압도하는 일방 우세다.
판세가 이렇다 보니 일부 비 민주당 후보들은 마치 그것도 공약인 양 “당선되면 민주당에 복당하겠다”는 코미디 같은 말을 내뱉고 있다. 일부는 ‘문재인-이낙연 마케팅’이라는 허울을 쓰고 표를 구걸하고 있다. 정책이나 비전 제시 등은 고사하고 자신들의 정체성과 최소한의 자존심마저 도무지 찾아 볼 길이 없다. 민주당도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와 전북 민심을 토대로 전북 10개 전 선거구를 석권한다는 목표를 은연중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과연 예상대로 민주당이 압승을 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과거 평민당이나 열린우리당 시절 호남에서 이들이 싹쓸이 했던 경험을 우린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뭐가 어떻게 달라졌던가. 전북지역 일부 민주당 후보 가운데는 벌써 당선이 마치 ‘떼어논 당상’ 마냥 오만에 빠져 후보 토론회조차 거부하고 있다. 정치란 본시 ‘생물’같은 것이라서 살아 꿈틀거리며 변하는 건 맞지만, 초원의 ‘누우 떼’도 아니고 한쪽으로 일방 쏠림은 필경 ‘화(禍)’를 자초하기 십상이다. 지난 20대 총선 때 호남에서 거의 싹쓸이하다시피 한 국민의당의 처참한 말로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과유불급’이란 말이 있듯, 지나침은 미치지 못한 것만 못하다. 생태계에서도 균형을 잃게 되면 전체가 공멸의 길을 걷게 된다. 사람도 편식을 하게 되면 몸이 망가진다. 아무리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는 하지만 적당한 견제와 균형을 이룰 때 공평하고 건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