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속담에 ‘농촌의 사오월은 굼뱅이도 석자씩 뛴다’는 말이 있다. 지금은 굼벵이처럼 느리고 게을러 일하기 싫어하는 사람도 농사일을 거들어야 할 만큼 바쁜 시기다. 해마다 이맘때면 농촌은 일손 부족으로 아우성이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따른 농촌 특성상 전국 어디든지 예외 없이 일손부족으로 시달리지 않는 곳이 없다. 마늘과 양파 수확, 과수작업 등 봄철에 농작업이 줄줄이 밀어닥치는 요즘이 농촌에서는 1년 중 가장 중요한 때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예전보다 일손 구하기가 한층 막막해 농업인들의 고충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외국인 근로자의 입국이 어려워지고 기존 체류 외국인 근로자의 출국 급증으로 농가의 일손 부족 현상이 그 어느 해보다 심해지고 있는 까닭이다.
농촌 일손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배정받아 단기간 일손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던 농가들은 대체인력을 구하지 못해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외국인 계절 근로자 제도는 계절적으로 나타나는 일손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지정된 농가에 한해 외국인을 단기간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는 제도다. 지난해 법무부는 기존 3개월에서 최장 5개월까지 체류할 수 있는 ‘계절근로 비자’를 신설해 농가당 고용 가능 인원을 5명에서 6명으로 늘렸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 등 대다수 동남아 국가에서 인력 송출을 꺼리는 현상이 나타나자 농번기를 맞은 농촌에 당장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과거 노지 작물 재배와 자영농 중심이던 농업이 시설 작물 재배와 경영농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이제 외국인 노동자 없는 농촌은 상상하기가 어렵다.
외국인 계절노동자 입국이 사실상 어렵게 되자 각 자치단체들은 앞다퉈 농촌 일손을 도울 내국인 인력 모집에 나서고 있다. 전북도는 지난 2일부터 농촌인력 컨트롤 타워인 ‘농업인력지원 상황실’을 운영해 농촌 일손부족 해소에 나서고 있다. 도는 농촌고용인력지원센터에도 6억원을 투입해 기존 14개소에서 28개소로 확대해 운영키로 했다.
이처럼 각 지자체마다 인력지원 상황실 등을 설치해 농촌 일손 돕기 운동을 벌인다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올해는 4.15총선까지 겹쳐 설상가상이다. 웃돈을 주면서 까지도 일손 구하기가 어려운 처지에 놓인 농업인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농사일이란 게 파종과 수확 등 시기를 제때 맞추지 못하면 자칫 1년 농사를 그르치기 십상인데 말이다.
코로나19 사태는 아직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국가적 위기나 다름없다. 언제 종료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막연한 불안감도 적지 않지만 이런 때 가장 힘이 되는 것은 지역공동체의 관심과 참여다. 농촌은 우리 먹거리를 생산해내는 소중한 터전이다. 일손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업인들을 위해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갖고 일손돕기에 적극 참여해 주기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