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행락 인파가 절정을 이루고 부활절(12일)까지 맞물린 이번 주말과 일요일,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15일 전후가 사회적 거리두기의 최대 고비가 될 것 같다. 자칫 긴장의 끈이 풀릴 경우 그동안 애써 일군 방역 노력과 성과가 한순간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한풀 꺾인 분위기가 감지된 지난주부터 상춘객들이 유원지마다 몰려들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이완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봄꽃 명소가 심하다. 관광객들이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전국의 이름난 봄꽃축제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는데도 각지의 봄꽃 명소들은 상춘객들로 넘쳐난다. 각 지자체가 상춘인파를 막기 위해 주차장, 보행로, 공중화장실 등 각종 편의시설을 폐쇄해도 소용이 없다.
오죽하면 강원도 삼척시는 몰려드는 행락객들을 막다 못해 지역 명소인 유채꽃밭을 한 달 이상 일찍 갈아엎기도 했다. 축제를 취소하고 출입까지 막았는데도 행락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자 애써 키운 꽃밭을 아예 없애기로 하는 초강수까지 뒀다. 제주도 서귀포시 역시 이달 초 주민들의 요청으로 유채꽃밭을 조기에 갈아엎었다.
기독교의 최대 행사인 부활절을 맞아 현장 예배가 늘어 자칫 집단 감염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점도 방역 당국의 고민거리다. 지난 주말 전북도내 전체 교회 중 45% 가량이 현장 예배를 진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부활절에는 현장 예배를 보는 교회가 대거 늘어날 게 뻔하다. 현장 예배를 강제로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에 대한 종교인들의 자발적 협조를 기대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0일 부활절을 이틀 앞두고 기독교계에 "대면 집회를 최대한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정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이번 주말 부활절을 맞아 작게나마 집회를 계획하는 곳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전북도는 전 직원을 총 동원해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 종료 시점인 19일까지 도내 집단감염 위험시설 8500여 곳에 대한 표본 현장 점검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점검대상은 10대 집단감염 위험시설 1만3000여 곳 중 8500곳이다. 특히 종교시설 중 개신교에 대해서는 전 직원이 현장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50만 명을 넘어서는 등 감염병 위기 경보는 여전히 심각 단계이다. 대수롭지 않다고 여긴 방심이 얼마나 가공할 파장을 몰고 왔는지 우리는 이미 경험하고 있다. 한순간의 방심으로 언제든 긴 시간의 노력이 허물어질 수 있다. 난국을 하루 빨리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안심 단계에 진입할 때까지 당국의 방침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