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이 목전으로 다가왔지만 코로나19의 장기화 여파로 선거 분위기는 온데간데없다. 예전 같으면 각 후보들의 형형색색 유세차에 로고송으로 한창 흥을 돋울 시기인데 로고송은 없고, 확성기를 활용한 유세도 찾아보기 힘들다. 유권자들의 시선도 어느 때보다 차갑다. 코로나19 사태로 총선에 대한 관심이 뚝 떨어진데다 출마자들의 선거운동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 유권자들은 자기 동네 출마자마저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 거대 양당의 떳다방 같은 위성정당에, 듣도 보도 못한 비례정당들이 난립한 형국이라 각 당의 공약조차 알기 어렵다. 정권 심판이니 야당 심판이니 하는 입에 바른 구호들만 난무하고 있다.
양극단의 진영 싸움 속에 정책과 인물이 가려졌고, 유권자들의 정치 혐오증만 증폭시켰다. 역대 최대급 ‘깜깜이 선거’라는 말이 피부로 느껴지는 요즘이다. 이번 선거가 무당층이 많고 역대 총선 중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할 것이란 우려가 높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정치 현실은 이처럼 참담하지만 투표까지 외면해서는 안 된다. 특히 요즘처럼 국가 위기 상황일수록 투표에 참여해서 자신의 뜻을 정치에 반영하려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무능한 정당과 함량 미달의 후보가 당선된다면 그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오기 마련이다. 선거는 바로 국민이 주권자임을 확인하는 날이다. 코로나19로 국가적 위기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유권자의 적극적인 참여만이 잘못된 정치와 정치혐오의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또 18세 선거권 확대 선거법 개정에 따라 학생들에게 첫 공식적인 선거권이 부여된다. 전북지역 만 18세, 고3 유권자는 6504명에 달한다. 도내 154만2149명 전체 유권자의 0.42%에 불과하지만 그 의미는 각별하다. 18세 젊은이들이 우리 사회의 미래를 고민하고 결정에 참여할 자격이 있다는 건 3년 전 촛불집회를 통해서도 충분히 확인됐다. 고령화가 심해질수록 젊은이들의 진취적이고 열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정치 참여를 이끌어내는 건 중요하다. 독일 법학자 루돌프 폰 예링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고 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를 지키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도 침해당할 수 있다. ?청소년들의 염원이 담긴 18세 선거권 확대에도 불구하고 투표장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지 않는다면 자신들의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같다.
국민은 선거라는 제도를 통해 민주주의에 참여한다. 그 의무를 저버리는 것은 민주주의를 누릴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투표는 유권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고 지키는 데 가장 유력한 행위다. 코로나 상황 극복과 비례정당 등 불신을 넘어 혐오에 이른 정치판을 뜯어고치기 위해서라도 국민의 올바른 선택이 필요하다. 나의 한 표가 한국 정치를 바꾼다. 최선의 후보가 없으면 차선, 차선이 없다면 차악이라도 선택해야 나라가 덜 망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