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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대란 우려 현실로, 코로나19 이후가 문제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우려했던 실업대란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 같은 우려는 코로나19로 가장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에서 먼저 시작됐다. 저가항공사인 이스타항공은 지난 10일 사내 인트라넷에 희망퇴직 공고를 게재했다. 16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서를 접수 받고, 희망퇴직일은 오는 24일로 잠정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1일 전 직원의 45%인 750명을 정리 해고하겠다고 밝혔다가 내부 반발에 부딪혀 300여명 안팎을 감축하겠다고 변경했다. 1~2년차 수습 부기장 80여명에 대해선 1일자로 이미 계약을 해지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달 24일부터 모든 국내·국제선 운항을 중단한 '셧다운' 상태다. 코로나19 사태가 더 길어지면 항공업계뿐 아니라 산업 전반으로 퍼질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실업 대란이 시작됐음을 보여주는 통계도 속속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발병 이후 가게 문을 닫거나 직장을 잃은 '폐업·불황형' 실직자가 22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연령별로는 40, 50대가 가장 많았다. 각각 2만1000명과 2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경제의 중추이자 생애 가장 많은 소득이 필요한 40, 50대 비중이 높다는 게 큰 걱정이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적 타격이 본격화되기 이전인 1~2월에만 이 정도다. 그러니 앞으로 더 많은 실직자들이 쏟아질 것이 확실하다. 고용복지센터의 실업급여 창구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13일 발표한 '3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구직급여 지급액은 8982억원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해 3월과 비교하면 40.4%나 폭증한 수치다. 구직급여를 새로 신청한 사람도 지난달 15만6000명에 이른다. 전년 동월 대비 24.8% 증가했다. 구직급여는 실업급여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코로나발 실업자 통계는 앞으로 더 비극적인 수치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고용상황을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했던 표현보다도 강도가 한층 더 세졌다. ILO는 전 세계 근로자 33억명 중 81%에 해당하는 27억명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고용 충격이 임시·일용직 등 취약계층에 이어 대기업으로까지 옮겨 붙으면 지금껏 보지 못한 최악의 실업대란과 마주할 수도 있다. 대기업의 인력 구조조정은 다시 협력업체로 번져 고용시장이 연쇄 충격을 받는다. 서민 취약 계층에게 일자리를 잃는 것보다 더 큰 충격은 없다. 노동자 해고가 위기 극복의 해법은 아니다. 일자리가 유지될 때 경제는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지금은 일자리 정책이 최고의 생계지원 대책이다. 미증유의 비상사태를 맞아 정부는 할 수 있는 수단을 모두 동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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