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코로나 사태 속에 치러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의 압도적 승리로 끝났다. 민심은 '정권 심판' 대신 국난 극복을 위한 '안정'을 택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로 번지며 경제위기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국난극복을 내세우고 재난지원금의 전 국민 지원을 공약으로 내거는 등 코로나 위기 대응을 부각한 전략이 승리를 견인한 요인으로 꼽힌다.
전북에서도 민주당이 압승을 거뒀다. 민주당은 전북 10개 선거구 중 남원·임실·순창을 제외한 9개 선거구를 싹쓸이했다. 광주?전남은 18개 전 지역구를 쓸어 담았다. 지난 20대 총선 때는 전북을 포함해 광주·전남 등 호남 28석 중 민주당 승리지역이 단 3곳에 그쳤었다. 잠시 내줬던 ‘텃밭’을 이번에 4년 만에 되찾은 셈이다. 정치는 ‘생물’이라더니 빈 말이 아닌 것 같다.
반면, 20대 총선 때 전북 10석 중 7석을 차지해 전북 정치의 주류로 등장한 민생당(구 국민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전패해 정치적 생존마저 불분명해졌다. 민생당은 이번 총선에 정동영(전주병)?조배숙(익산을), 정읍·고창 유성엽 후보 등 3의 현역의원이 출마했으나 줄줄이 낙마했다. 광주?전남 역시 전북과 다를 바 없이 전멸하고 말았다. 20대 총선 때 몰표를 줬던 국민의당에 대한 심판론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당 출신 호남의원들이 분당, 합당, 창당을 거듭하며 구태정치의 전형을 보여줘 지지층이 이탈했기 때문이다. 분화된 야당 의원들이 대안세력으로 가능성을 보여주기는커녕 실망감만 안긴 점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과 통합당이 각각 호남과 대구·경북(TK) 지역을 사실상 싹쓸이 하면서 망국적인 지역주의를 재연했다는 점은 대단히 실망스럽고 개탄스러운 부분이다. 호남의 경우 4년 전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28석 가운데 23석을 차지하면서 과거 절대적 지지를 받았던 민주당을 견제했다. 통합당 전신인 새누리당도 2석을 확보해 민주당 텃밭을 무색하게 했다. 민주당 역시 당시 총선에서 험지인 영남에서 9석을 얻으며 보수당 독점체제를 무너뜨리며 지역구도가 상당히 완화되는 전과를 거뒀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그 흐름이 이어지지 못한 채 과거 지역주의로 회귀했다. 민주당은 28석이 걸린 호남에서 27석을 가져갔다. 통합당도 대구·경북 25개 지역구 가운데 24곳을 쓸어 담았다. 40석이 걸린 부산·울산·경남지역도 통합당 일색이다. 영호남에서 또다시 양당 독식의 망령이 되살아난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 돌풍 같은 제3 정당의 약진도 없었다. 인물이나 정책 대결은 말 뿐이고, 그저 바람을 따라 동서가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선명하게 갈렸을 뿐이다. 한국 정치의 가장 큰 폐해 중 하나가 지역주의라는 점은 삼척동자도 모두 다 안다. 오래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다. 특정 지역에서 특정 정당의 패권이 계속된다면 정당도, 지역도 썩을 수밖에 없다. 그 점이 못내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