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의원 선거는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각각 자신들의 지지 기반인 호남과 영남 지역을 석권하면서 지역주의 벽을 재확인했다. 민주당은 호남 28개 지역구 중 이용호 무소속 후보(전북 남원ㆍ임실ㆍ순창)가 승리한 곳을 제외한 27개 지역에서 승리를 거뒀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국민의 당 열풍으로 3석을 확보하는데 그쳤던 것 대비 24석이나 추가 확보했다.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미래통합당의 전신) 소속 이정현(전남 순천), 정운천(전북 전주을) 후보가 당선되면 지역구도 완화의 조짐이 보이기도 했지만 이번 총선에서 통합당은 호남 0석을 기록했다.
반면, 대구ㆍ경북은 통합당 후보들이 사실상 싹쓸이 했다. 20대 총선에선 김부겸 민주당 후보(대구 수성갑)와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홍의락 후보(대구 북구을)가 대구에서 당선되면서 지역구도 완화의 불씨를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두 명 모두 낙선했다. 대구는 12개 지역구 중 11곳에서 통합당이 당선됐다. 나머지 1곳은 홍준표 무소속 후보(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당선됐다. 통합당이 사실상 대구 전 지역을 석권한 정치적인 효과를 본 셈이다. 경북은 전체 13개 지역구 모두 통합당이 싹쓸이했다.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인 고향인 부산에서 고전 끝에 3석을 얻는데 그쳤다.
전북은 전체 10석 가운데 9석을 민주당이 독식함으로써 광역?기초 단체 및 지방의회까지 정치권 모두를 사실상 민주당이 편식하는 구조로 짜여졌다. 자치단체장은 4명을 빼고 10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이번에 재선거를 치른 진안군수 역시 전춘성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전북도의회는 전체 39석 가운데 민주당 소속 의원이 36명에 달한다. 전주시의회도 전체 의원 34명 가운데 85%에 이르는 29명이 민주당 출신이다.
이 같은 극단적인 쏠림은 그러나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정?관계의 원활한 협력체계가 구축돼 전북 현안과 관련법 처리에 일관성과 신속성을 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집행부에 대해 비판과 견제 기능을 담당할 세력이 전무하다시피 해 민주당 ‘그들만의 리그’로 흘러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질병 같은 지역주의는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정치 발전을 가로막아왔다. 견제와 균형이 사라진 정치지형은 지역발전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정 지역에서 특정 당의 공천만 받으면 당선된다는 식의 투표가 계속된다면 그 정당은 오만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전북의 민주당 당선자들은 이른바 ‘코로나 총선’의 수혜자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당 바람으로 당선됐다는 비판을 듣지 않기 위해서는 겸허한 마음 자세와 향후 성과로 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