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방침을 발표한지 20여일이 지났지만 지원금의 대상과 금액을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9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소득 상위 30%를 제외한 4인 가구 기준 100만원 지급이라는 기존 정부안으로 추가경정예산안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했다. 정 총리는 지자체 분담금 2조 1000억 원을 합해 총 9조 7000억 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소득 하위 70%인 1478만 가구에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급 대상과 규모를 놓고 당·정 간 논의를 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정부안을 밀어붙인 것이다.
총선 압승으로 정국 주도권을 쥔 더불어민주당은 “선거 공약”이라며 지급 범위를 국민 전체 가구로 확대하자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모든 국민에게 4인 가족 기준 100만원씩의 지원금을 주겠다는 게 민주당의 공약이었다. 추가로 소요되는 3조~4조원의 재원이 없으면 국채발행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총선 기간에 전 국민 1인당 50만원 지급으로 여당보다 한 술 더 뜨더니 선거가 끝나기가 무섭게 최근 입장을 바꿨다. 심재철 통합당 대표 권한대행은 20일 의원총회 직후 “재난지원금을 주는 데 누가 반대하겠느냐”면서도 “적자국채를 동원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김재원 정책위의장 역시 “상당한 소비 여력이 있는 소득 상위 30%까지 100만원(4인 가족 기준)을 주는 것은 소비 진작 효과도 없고 경제 활력을 살리는 데도 크게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며 전 국민 지급 자체를 반대했다. 이는 황교안 전 대표가 총선 직전 “소득 구분 없이 국민 모두에게 50만원씩 지급하자”고 제안한 것과 정면 배치된다. 민주당 지도부는 미래통합당도 총선 약속대로 전 국민 지급에 동의할 것을 촉구하고 있으나 민주당과 정부의 ‘엇박자’가 야당의 반대에 빌미를 제공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
코로나19로 경제 사정은 물론 국민들은 폐쇄적인 일상생활에 지칠 대로 지쳐 있다. 통계청의 ‘3월 고용동향’을 보면 취업자 수는 10년 2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20만명에 이르는 감소폭은 금융위기 이후 최대였다. 무급 휴직 등 일시휴직자는 160만여명으로 전년 대비 4배 가까이 급증했다.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취약계층의 생계 위협이 극에 달하고 있다.
긴급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인 만큼 곤경에 처한 이들의 생계 지원이 최우선 목적이다. 이 때문에 재난지원금은 신속성이 우선돼야 한다. 시급성과 형평성, 재정 등을 다 같이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불만과 잡음, 고충이 뒤따르는 점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비상한 시기에는 과감하고 신속한 결단이 필요하다. 혼선이 오래갈 경우 정책 취지나 순기능보다는 부작용이 더 두드러질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와 정치권은 민심을 어루만지는데 소흘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