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개정된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 고창 ‘무장봉기(무장기포)’가 정식으로 수록됐다. 동학농민혁명의 시작이 무장봉기라는 사실이 역사학계에선 이미 정설이지만 그 동안 교과서에는 기술되지 않았다. 고창군은 올 새학기부터 사용되는 고등학교 8종의 한국사교과서(2019년11월27일 검정) 전체에서 무장기포를 기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들 교과서에는 무장봉기에 대해 “1894년 음력 3월20일(양력 4월25일) 고부 봉기에 실패한 전봉준이 손화중과 힘을 합해 고창 무장에서 일으킨 대규모의 농민 봉기”로 기술됐다.
고창 무장기포는 전라도에서 가장 큰 동학세력을 구축한 무장지역 접주 손화중과 합류한 고창출신 전봉준 등이 동학농민혁명의 대의명분을 함축해 전라도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에 격문을 보내 농민군들의 합류를 촉발했다. ‘무장포고문’은 고부 농민 봉기 이후 전봉준, 김개남, 손화중을 중심으로 한 동학농민혁명 지도부가 무장에서 만천하에 봉기할 것을 선언한 글이다. 포고문은 “세상에서 사람을 가장 귀하다는 것은 인륜이 있기 때문이다”로 시작해 “의로운 깃발을 들어 보국안민으로써 죽고 살기를 맹세 한다”로 이어진다.
무장기포는 혁명의 이념과 지표인 ‘무장포고문’과 농민군 행동강령인 ‘4대 강령’을 정립 발표해 농민 혁명의 틀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19세기 후반의 ‘민란’이라고 불리던 고을 단위의 농민 봉기가 민란의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 전국적인 대규모 항쟁으로 발전했다는 점에서 민족·민중항쟁의 근간으로 평가받고 있다.
동학농민혁명은 인간의 사회적 평등과 국가적 자주의 이념을 바탕으로 반외세와 반봉건을 기치로 내걸고 일어났다. 그럼에도 역사의 뒤안길에 묻힌 채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국권 상실과 남북전쟁, 군사혁명 등으로 이어진 절박한 시대상황 탓이었다. 그러던 것이 혁명 100년이 되는 해인 1994년 ‘동학농민혁명 100주년 기념 사업회’ 결성과 함께 역사의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정체성 확립에 대한 논의가 일기 시작했고, 2004년 특별법 제정 이후 비로소 그 위상을 인정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열린 '제60주년 4.19 혁명 기념식'에서 “4.19혁명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2017년 '4.19 혁명 기록물'과 '동학농민혁명 기록물'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 대상으로 선정했으나 유네스코가 내부 사정으로 등재 신청 접수를 중단해 등재 절차가 잠정 보류된 상태다. 문화재청은 2022년을 목표로 4.19 혁명 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내년 상반기에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세계기록유산은 2년에 1회씩, 국가 당 2건의 기록유산을 등재 신청할 수 있다. 이번 기회에 동학농민혁명 기록물도 반드시 등재 신청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