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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특위’는 지방의회의 장식품이 아니다

전북도의회 윤리특별위원회(윤리특위)가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송성환 의장에 대한 징계성 권고를 철회했다. 송 의장을 상대로 본회의 의사진행을 하지 않도록 한 권고를 스스로 뒤집은 것으로, 송 의장은 1년만에 의사봉을 다시 잡게 됐다. ‘윤리특위’ 위원 9명 모두 철회에 찬성했다. 이에 따라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과 함께 윤리특위의 무용론이 또 거론되고 있다.

송 의장은 도의회 행정자치위원장이던 2016년 9월 동유럽 해외연수 과정에서 여행사 대표로부터 2차례에 걸쳐 현금 등 775만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지난해 4월 기소됐다. 같은 해 5월 도의회 윤리특위는 “도민의 대표자로서 의원의 품위를 떨어뜨리고 나아가 도의회를 대표하는 의장으로서 의회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어 징계가 타당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특위는 헌법 제27조 무죄추정의 원칙을 고려해 1심 선고 시까지 징계처분을 보류하기로 했고, 다만 송 의장이 행사 등 대외 활동에서 의장직 수행은 가능하지만 임시회 및 본회의에서 의사일정을 수행할 수 없도록 했다. 그러나 윤리특위는 다시 지난 22일 특위를 열고 지난해 5월 결정했던 징계성 권고를 철회시켰다. 윤리특위는 “1심 재판이 장기화되면서 전북도의회 위상 및 신뢰도가 저하됐다”며 “충분한 숙려의 시간을 가진 점과 의장 임기 만료(2020년 6월말) 전 명예회복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이 같이 결정했다”고 권고 철회 사유를 밝혔다.

윤리특위의 이런 결정에 대해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당연지사다. 의장의 명예 회복이 중요한 게 아니라 도민들로부터의 신뢰회복이 우선일진데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윤리특위의 이번 조치가 한심할 따름이다.

무엇보다 윤리특위가 애초에 여행사로부터 돈을 받았던 행위를 징계했어야 마땅했음에도 징계를 미루는 바람에 송 의장은 여태껏 의사진행을 제외한 모든 권한을 누렸다. 의정활동비와 업무추진비, 비서 및 관용차, 기사 제공 등의 의전이 그대로 인정됐기 때문이다.

작년이나 지금이나 뇌물수수혐의로 기소됐다는 점에서 단 하나도 변동된 게 없음에도 1차 윤리특위 결정을 철회하는 것은 사실상 면죄부 주는 결정으로밖에 볼 수 없다. 특히 전반기 도의회가 끝나고 후반기 의장단 구성을 위해 물밑작업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송 의장의 복귀는 차기 의장단 구성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뒷말까지 나오고 있다.

지방의회 윤리특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윤리특위가 외부인사 없이 의원들로만 구성돼 있다 보니 제 식구를 어쩌지 못해 면죄부 기구로 전락한 것이다. 더욱이 전북지역 같은 경우 의원 대다수가 특정당 소속의 ‘초록은 동색’인 경우 왜곡된 온정주의는 더욱 판을 칠 수밖에 없다. 윤리특위는 지방의회의 장식품이 아니다. 지방의원들이 주민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집행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떳떳하게 하려면 자신들의 처신부터 반듯해야 한다. 윤리특위 무용론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그 뻔한 이유를 아직도 모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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