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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거리 두기’, 경각심 풀면 공력이 헛수고 된다

45일 동안 지속해 온 ‘사회적 거리 두기’가 종료되고 지난 6일부터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사회적 거리 두기 일환으로 지난 3월 22일부터 시행했던 교회, 실내체육시설 등 집단감염 위험시설 10개 업종 1만3900개 업소에 대한 이용 제한 행정명령이 종료됐다.

그동안 문을 닫은 시설들의 운영을 단계적으로 재개하고, 모임과 행사도 방역지침 준수를 전제로 원칙적으로 허용된다. 우려는 있지만 생활 속 거리 두기 전환을 위한 요건은 이미 어느 정도 충족됐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일궈 낸 성과라 하겠다. 앞서 정부는 '하루 확진 50명 미만' '감염 경로를 모르는 환자 발생률 5% 미만' 등을 생활방역 전환의 기본 조건으로 제시한 바 있다.

프랑스 AFP통신은 한국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극복한 최초의 국가 중 하나라고 소개하면서 “한국은 지난 2월 세계에서 중국 다음으로 코로나19의 피해가 심각한 나라였으나 이를 모두 견뎌냈다”고 전했다.

생활 속 거리 두기에서는 모든 사회·경제활동이 단계적으로 재개되기 때문에 정부가 활동의 전제로 제시한 방역지침 준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기침 예절 지키기 등 위생수칙을 지속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생활방역 체제로의 전환이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 비해 일상생활이나 경제활동에 좀 자유로워졌지만 그렇다고 코로나19 발생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회·경제 활동을 보장받지만 개인 스스로 방역 주체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다.

세계는 여전히 코로나19와 치열한 사투를 벌이고 있고, 잠시의 방심이 초래한 감염 확산 사례를 국내외에서 확인했다. 실제로 지난 6일 아랍에미리트에서 입국한 30대 회사원이 해외입국자 임시 생활 시설인 남원시 인재개발원에서 검사를 받은 결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전북에서는 19번째 코로나19 확진자다. 그는 전북대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코로나19는 변이가 너무 잦아 백신을 만들기도 어렵고 효과를 발휘한다는 보장도 없다. 이르면 내년 봄이나 돼야 첫 백신 접종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한다.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2차 유행을 경고하고 있다. 올 가을과 겨울에는 지금보다 더 큰 규모의 감염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길게는 2년 정도까지 코로나19가 계속될 수 있다”며 당분간은 일상으로 돌아가기 어렵기에 슬기롭게 미래 방역의 준비를 당부하고 있다.

장기전을 각오하고 코로나19와 불편한 동거를 각오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이와 궤를 함께 한다. 지금은 단지 큰 불길을 잡았을 뿐이므로 경각심을 풀면 안 된다는 뜻이다. 방심하다가는 그간 애써 쌓은 공력이 자칫 헛수고로 돌아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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