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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불보다 잿밥’에 눈먼 국회 상임위가 뭐길래…

국회 상임위원회 배정을 앞두고 희망 상임위로 가기 위한 당선자들의 눈치싸움이 본격화되고 있다. 21대 전반기 국회의장단을 뽑는 첫 본회의는 내달 5일, 상임위 구성은 내달 8일이 각각 법정시한이다. 여야는 17개 상임위원장직을 놓고 첨예한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당선인들 역시 이른바 ‘알짜’로 불리는 특정 상임위 배치를 위해 물밑 작업이 한창인 시점이다.

전북지역 당선인들(더불어민주당 9명, 무소속 1명)도 전반기에 해당하는 2년간 어느 상임위에서 활동할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회의원의 상임위 배정은 의원 개인의 의정 활동은 물론 지역 현안 해결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회에서 ‘염불보다 잿밥’이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게 상임위다. 20대 국회 상임위는 ‘개점휴업’이란 비판을 숱하게 받아 왔다. 가장 중요한 업무인 법안 처리가 단적인 예다. 2016년 6월부터 2020년 4월까지 발의된 법안은 2만4073건에 달한다. 이중 처리된 법안은 8819건으로 36%에 불과했다. 17대(58%), 18대(55%), 19대(45%) 등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상임위가 제때 열리지 못한 탓이 크다.

여야의 정쟁 구도가 격화되면서 상임위가 열리는 날보다 문 닫는 날이 많았다. 사실상 ‘상임위 중심주의’를 채택하는 대한민국 국회에서 상임위는 ‘파행’의 대명사가 됐다. 상임위가 열리지 않다보니 국민의 삶을 위한 정책이 멀어지는 것은 당연하고, 예산안 심사를 비롯해 각종 감사 및 청문회 등도 ‘졸속’이란 비판을 받는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지난 3월 일하는 국회를 위해 필요한 ‘국회혁신 패키지’ 법안을 발의했다. 상시 국회 운영과 상임위 상설 소위원회 설치 의무화 등이 골자다. 의장직을 끝으로 30년 정치 인생을 마감하는 문 의장은 “이번 법안에 마지막 소망을 담았다”고 했다. 걸핏하면 파행되는 상임위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는 뜻이다. 의원들이 얼마나 일을 안 하고 국회를 엉망으로 만들었으면 임기를 곧 마치는 국회의장이 직접 법안을 발의했겠는가. 김태년 신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자신의 첫 과제로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한 제도 개선에 즉시 착수하겠다”고 일갈했다.

국회 상임위는 ‘국회의 꽃’이다. 상임위는 국회에 쏟아진 수 만 건의 법안을 1차적으로 재단하고 심사·의결하는 권한을 가진다. 상임위가 상시 톱니바퀴처럼 촘촘히 돌아가야 비로소 국회가 돌아간다.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주요 정책과 법안이 상임위에서 만들어지고, 우리 삶을 바꾸는 정책으로 이어진다. 상임위는 국회의원 직무의 시작과 끝이라 할만하다. 이는 상임위 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의원 자격이 없다는 얘기나 마찬가지이다. 21대 국회는 역대 최악으로 평가받는 20대 국회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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