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로 전국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순간의 방심이 얼마나 큰 화를 부르는지를 서울 이태원 발 집단감염 사태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세계 각국의 극찬을 받을 정도로 체계적이고 선제적이었던 ‘K방역’도 이번 사태로 새로운 도전과 위기를 맞고 있다. 13일 예정됐던 고3 등교개학도 1주일 연기됐다. 그간 코로나19 방역에 헌신해 온 의료진의 희생과 대다수 국민들의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2일 정오까지 방역당국이 집계한 서울 이태원 클럽 관련 코로나19 확진자가 102명으로 늘었다. 지역별로는 서울 64명, 경기 23명, 인천 7명, 충북 5명, 전북, 부산, 제주 각 1명 등이다. 전북지역에서는 지난 5일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30대의 김제시 한 공중보건의사가 12일 확진 판정을 받고 원광대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전북도내 20번째 확진자다. 이 공중보건의는 수 십 명을 진료한 것으로 알려져 보건당국이 지역사회 전파를 우려하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국민들의 자발적인 거리두기와 방역당국의 신속한 대응책, 의료진의 헌신 등에 힘입어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짐에 따라 지난 6일 ‘물리적 거리 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인해 다시 전국 확산의 갈림길에 서 있다.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코로나19의 지역감염이 서울에서 제주까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현재로서는 확산 규모를 가늠할 수조차 없는 형국이다. 코로나 사태 초기 대확산의 단초를 제공했던 대구 신천지교회 사태를 연상시킨다.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사태는 생활 속 거리두기로 방역정책 전환을 앞두고 어느 정도 예견됐었다.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유명 유흥가는 정부가 생활방역으로 방역 강도를 완화하기 이전에도 이미 북적거렸다. 그러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도가 완화되자 방문을 자제하던 이용자들은 클럽과 술집 등 밀폐된 유흥시설을 거리낌 없이 찾았다. 일찍부터 클럽 등 유흥업소에서의 집단 감염 우려가 크다는 경고가 많았는데 미리 대비하지 못한 것은 뼈아픈 실책이다. 며칠째 지역 감염 확진자가 나오지 않아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긴장을 늦춘 데 따른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유원지와 각종 다중이용시설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인파가 넘쳐났다. 이런 시설은 한두 명의 감염자가 다수에게 바이러스를 옮기는 '슈퍼전파'가 용이하다.
코로나19 위기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각 자치단체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 수준으로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개인들도 마스크 착용, 손 씻기, 거리두기 등 기본적인 위생과 생활방역수칙을 스스로 지켜나가는 게 중요하다. 방심하면 모든 게 허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