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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 ‘기부’, 여론몰이식 독려할 일 아니다

긴급재난지원금을 두고 말들이 많다. 일부 자치단체에서는 재난지원금에 사용용도·지역 제한을 두는 것이나 ‘기부 동참 캠페인’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고 있다. 일부에서는 상품권과 카드가 아닌 현금 지급을 주장하고 있다. 지원금의 사용 지역 제한을 풀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가장 논란이 많은 것은 정부와 여당이 지원금 기부를 독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발적 기부가 아닌 ‘관제(官製) 기부’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다.

이런 논란은 지난 4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자발적 기부’를 언급하면서 가열된 측면이 있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기부는 선의의 자발적 선택”이라며 “강요할 수도 없고, 강요해서도 안 될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지원금 지급대상을 전 국민으로 넓히면서 자발적 기부를 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며 “형편이 되는 만큼, 뜻이 있는 만큼 참여해주시길 바란다”고 기부를 독려했다.

대통령의 발언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11일 재난지원금 기부서약식을 했다. 12일에는 5대 그룹 임원들이 기부 행렬에 동참했다. 전북도내에서도 가장 먼저 21대 국회 당선자 중 민주당 소속 당선인들이 기부를 선언했다. 뒤이어 도내 일부 도의원들과 시군 공무원들이 동참하며 기부 확산을 유도하고 있다. 모두가 힘든 때이지만, 그래도 조금 더 여유 있는 이들이 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들을 위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은 위기 극복을 위한 연대와 상생의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아무리 ‘자발적’이란 수식어를 달더라도 기부를 독려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지난 13일 도청 앞에서 캠페인을 열고 “저도 기부 안 하고 쓰겠다”며 “지역 경제를 위해 모두 쓰자”며 공개적으로 기부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그는 “자발적 의사에 따라 기부하라곤 하지만, 공직사회에선 일정 직위 이상의 직원들은 알아서 기부하란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며 “긴급재난지원금을 기부하면 국고로 귀속될 뿐”이라고도 했다.

사회지도층이나 부유층이 기부에 앞장서는 것은 공동체를 위해 바람직하지만 ‘관제’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유감스럽다. 기부는 개인의 선의에 의한 자유로운 선택으로 이뤄져야 의미가 있지 정부가 여론몰이 식으로 독려할 일이 아니다.

재난지원금 지급은 골목상권 같은 민생 현장에 돈이 돌게 해서 경제가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정책 수단이다. 기부가 아닌 적극적으로 소비에 쓰는 것이 오히려 내수 진작이라는 취지에 더 부합한다. 그런 점에서 공공기관, 기업 등에서 임직원의 재난지원금 기부를 독려하거나 기부 사실을 공표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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