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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장점마을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 왜 늦춰지나

비료공장에서 나온 발암물질로 인해 22명이 암에 걸려 14명이 숨진 익산 함라 장점마을 주민들의 고통과 시련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마을 주민들의 참혹한 고통은 공기 좋고 살기 좋은 청정마을에 2001년 7월 비료공장에 들어서면서부터 시작됐으니 자그마치 20여년의 세월 동안 질기고도 질긴 악연의 연속이다.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와 민간위원들이 집단 암 발병 공익감사 청구에 대한 감사원의 늑장 처리에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지난 21일 성명서를 내고 감사원의 장점마을 집단 암 발병 사건에 대한 공익 감사를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하라고 결과를 발표하라고 촉구했다. 장점마을 주민들과 익산지역 17개 시민사회단체는 작년 4월 장점마을 집단 암 발병 사건 관련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당시 환경 유해 물질 배출원으로 지목된 금강농산에 대한 감시·감독 의무가 있는 익산시와 전북도가 그 책임을 다했는지 감사를 통해 밝혀달라는 내용이다.

이들은 장점마을 인근 비료공장인 금강농산이 연초박을 불법으로 유기질 비료 원료로 사용했고, 업체가 폐업 신고한 후에도 공장 내 잔여 폐기물이 처리되지 않고 방치돼 있었는데도 익산시와 전북도가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감사를 청구한 지 1년이 지났는데도 감사원은 ‘일부 사항에 대한 추가 확인 및 검토가 필요한 등의 사유’라는 애매한 이유를 들어 최근 감사 처리기간 연장 통지를 했다.

이들은 “환경부 역학조사와 사법기관의 조사로 관리·감독 부재와 불법행위가 드러났는데도 감사원에서 감사를 마무리하지 않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장점마을 인근 비료공장은 2001년 설립돼 2017년 4월 폐업했다. 비료공장이 운영되는 동안 주민들은 지속적으로 건강피해를 호소해왔으나 수용되지 않았다. 이후 정부의 건강영향조사는 공장이 폐업한 뒤인 2017년 7월 문재인 정부 들어서야 실시됐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지난해 11월 국무회의에서 익산 장점마을 집단 암 발병 사태와 관련해 “역대 정부를 대신해 주민과 국민 여러분께 엄중히 사과드린다”면서 “비료공장이 운영되는 동안 주민들이 여러 차례 지자체에 건강피해를 호소했으나 주민들의 요구가 너무 늦게 수용됐다”는 점을 짚었다.

장정마을의 비극은 기업의 탐욕과 행정의 부실 관리가 빚은 총체적인 인재(人災)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현재 주민들이 환경오염으로 고통 받고 있다고 민원을 제기하는 지역이 전국적으로 여러 곳 된다. 장점마을 집단 암 발병의 원인은 밝혀졌지만 왜 이렇게 정부 차원의 조사가 늦어졌는지, 지자체가 번번이 주민들의 민원을 무시한 이유는 무엇인지, 유착관계는 없었는지 등을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 이를 통해 환경오염 논란을 빚고 있는 다른 지역에서도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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