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임기가 지난달 30일 닻을 올렸다. 임기 시작일이 주말이었으니 평일로 치면 월요일인 6월 1일부터 활동에 들어갔다. 이번 국회는 177석의 안정 과반을 확보한 거대 여당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의 양당제 구도에서 입법 활동을 수행하게 된다.
새 국회가 들어설 때마다 ‘일하는 국회’로 만들겠다는 다짐이 반복됐다. 이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여당은 1호 국회 안건으로 ‘국회법 개정안’ 처리를 꼽았다. 일하는 국회법으로 불리는 개정안은 상시국회 도입을 비롯해 본회의·상임위 불출석 의원 세비 삭감, 국회의원 국민소환제와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이전 국회는 그만큼 일하지 않는 국회였다는 얘기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4년간 발의된 2만 4081건의 법안 가운데 8819건이 처리돼 법안 처리율은 36.5%에 그쳤다. 19대 국회의 41.7%에도 못 미치는 역대 최저의 성적표이다. 20대 국회를 역대 최악이라 하는 이유는 비단 저조한 법안 처리 때문만이 아니다. 4년 임기 내내 충돌과 공전을 반복하면서 국민의 의사에 반한 의정활동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으로 얼룩졌던 20대 국회의 전철을 밟지 않고 명실상부한 일하는 국회를 실현하려면 무엇보다 여야 ‘협치’가 중요하다. 한국갤럽이 최근 국회 역할에 대해 여론 조사한 바, 21대 국회에 가장 당부하고 싶은 것은 ‘협치’라는 결과도 나왔다.
그럼에도 벌써부터 국회의장단 구성과 상임위원장 자리싸움을 놓고 신경전이 치열하다. 예정대로라면 6월 5일 첫 본회의를 열어 국회의장단을 선출하고 8일까지 상임위원장을 뽑아야 한다. 민주당은 전 상임위 싹쓸이를, 통합당은 견제를 위해 법사위·예결위 양보를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협치를 외치더니 초반부터 밥그릇 싸움에 골몰하고 있는 꼴이다. 13대 이래 30년 간 국회의 지각 개원은 악습이 되다시피 했다.
최악의 ‘동물 국회’란 오명을 쓴 20대 국회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첫 출발부터 확실히 달라져야 한다. 그러려면 지역 출신 의원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 전북지역 국회의원들은 야당 중진들을 대거 물리치고 세대교체를 이뤘다. 도내 의원들은 현재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힘 있는 여당 정치인으로 변모 했다는 점에서 지역발전과 민의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반면 민주당 일당 독주 체제로 인한 견제와 균형의 세력이 사라졌다는 점은 고민거리다. 모두가 초?재선 의원이라는 점에서 중앙 정치무대에서 존재감을 얼마나 드러낼 수 있을지 걱정도 있다. 이 모든 게 기우에 그치기를 바라며 등원을 앞두고 각자 각오했던 바와 같이 4년 임기 내내 초심을 잃지 않는 자세로 본업에 충실해 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