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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조선소 재가동 언제까지 ‘읍소’만 할 것인가

군산조선소 재가동 언제까지 ‘읍소’만 할 것인가

 

한국 조선업계 빅3(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가 지난 1일 카타르와 초대형 액화천연가스(LNG)선을 계약하는 수주 잭팟을 터트렸다. 카타르 국영 석유사인 카타르 페트롤리엄(QP)이 2027년까지 국내 조선 업체들에 발주할 100척의 사업 규모는 자그마치 23조6000억 원에 이른다. 이번 수주는 규모 면에서 조선업 역사상 최대다. 2008년 금융위기부터 시작해 최근까지 극심한 수주 절벽에 시달려 온 국내 조선 업체들에게는 가뭄의 단비라 할만하다.

모처럼의 초대형 수주 낭보에 울산과 거제시는 한껏 들뜬 분위기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2일 개인 페이스북 환영 영상을 통해 “거제 시민에게 희망을 주는 가뭄에 단비와도 같은 소식이다”며 반겼다. 조선3사의 이번 LNG선 초대형 프로젝트는 오랜 기간 수주 가뭄에 허덕이던 국내 조선업계가 부활의 신호탄을 쏠 수 있는 희소식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런 경사스러운 잔치에 초대받지 못하는 군산시는 되레 상실감이 더해지고 있는 분위기이다. 올해로 3년째 가동을 멈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재가동 전망은 여전히 어둡기 때문이다.

이번 카타르 협약으로 한 회사당 30~40척 가량을 수주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대중공업 측은 군산조선소 재가동을 논의하기엔 턱없이 적은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카타르와의 계약 기간인 2027년까지 순차적으로 40척을 확보한다 해도 1년에 5척에 불과해 군산조선소 재가동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지금으로선 현대중공업 오너 차원에서 대승적인 결단 외엔 뚜렷한 자구책이 없는 상황이나 마찬가지이다.

지난해 6월을 기준 군산조선소 협력업체 86개 가운데 64개가 폐업 또는 이전했다. 이들 업체종사자도 한때 5천250명에 달했으나 현재는 300여명만 남았다. 협력업체를 재정비하는 데만 1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정상으로 되돌리기가 간단치 않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과연 기약도 없는 군산조선소에 언제까지 목을 맨 채 세월을 보내야 하는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은 인공지능, 전기차 등을 필두로 한 4차산업이 전 세계 경제의 대세다. 이 같은 산업 생태계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경제 패러다임이 급속히 변해 가고 있다. 정부가 중점 육성하려는 분야도 대부분 4차산업 쪽이다. 조선·철강·해운·건설 등 구경제·제조업 시대는 이미 저물어 가고 있다. 세계 조선업을 선도하는 국내 조선업계가 하루아침에 어떻게 되지는 않겠지만 시대 흐름에 비춰볼 때 조선업이 사양산업인 것만은 분명하다.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으로 군산지역 경제가 큰 시련을 겪고 있는 점은 불행한 일이지만, 먼 미래를 내다본다면 이번 기회에 시대 흐름에 편승한 과감한 산업구조 개편도 필요하다고 본다. ‘창조적 파괴’라는 말도 있다.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곪은 살은 물론 때로는 생 살점도 도려내야 할 때가 있다. 군산조선소 재가동을 위한 ‘정치적 읍소’ 같은 행위는 이제 그만 했으면 한다. 오르지 이윤 추구가 절대 목적인 기업들에게 그런 감정적 행위들은 애당초 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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