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발 경제 위기 남북경제협력으로 물코를 트자
장기화 된 코로나19 사태로 북한의 경제적 사정이 더욱 악화된 지금이 남북 관계를 풀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는 얘기들이 많다. 전문가들은 특히 코로나19에 따른 전 세계적인 혼란과 이에 대한 위기 극복 과정에서 남북 협력의 공간이 확대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 경제는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해 왔으나 코로나19 사태로 북·중 국경이 봉쇄되고, 국제사회의 제재까지 더해져 극심한 어려움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시간이 지나면 결국 북한이 남북 협력의 장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지금 시점이 북한과 교류 협력을 넓혀 나갈 절호의 기회라는 설명이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지난 3일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북경제협력을 통해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한반도 평화를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노총은 “세계 각국이 자국 보호 무역 정책을 펼치고 있고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기존 경제 정책을 되풀이하는 것으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 경제적 협력을 통해 다가오는 경제 위기에 대비하고 불안정한 한반도 상황을 종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계 주요 국가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국 기업의 유턴을 위해 앞 다퉈 강력한 ‘리쇼어링(제조업 본국 회귀)’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해외 부품 조달 차질로 자국 기업들이 멈춰서는 것을 막는 것은 물론 일자리 마련을 위해서라도 기업의 모국 회귀가 절실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런 시대적 흐름에 편승해 우리 정부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리쇼어링 정책의 일환으로 유턴기업들의 입지·세제를 전폭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리쇼어링을 빌미로 한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지만, 해외에 공장을 둔 기업들을 불러들여 국내 경기 회생의 돌파구를 찾자는 것에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해외로 나간 국내 기업들의 유턴도 중요하지만, 교착상태에 빠진 북방으로 가는 길을 과감히 여는 것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최대 관건은 북한의 호응 여부다. 북한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우리 정부의 제안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남북 공동으로 매주 개최됐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장 회의는 중단됐고, 코로나 위기에 우리 정부의 방역·보건협력 제안에도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과의 교류협력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분명한 것 같다. 관건은 물코를 어떻게 트는가 하는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의 말마따나 북미 대화만 바라보지 말고 남북 간에 있어서도 할 수 있는 일들은 찾아내야 한다. 남북협력사업이 순탄하게 진행되면 ‘시계 제로’ 상태에 빠진 남북 간 대화의 길도 자연스럽게 열리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