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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직원들의 간절한 호소에 응답하라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정리해고란 단어가 다시 등장하고 있다. 20여년 전 IMF 외환위기 때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한 분위기다. 코로나19 사태로 온전한 곳이 몇 군데나 되겠느냐만, 그중 가장 직격탄을 맞는 분야가 바로 항공업계다. 항공업계는 현재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해 있다. 이스타항공 직원들이 밀린 임금을 달라며 거리로 나왔다. 직원 1600여명이 5개월치 임금 240억 원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이스타항공 노조는 “회사가 매각대금 545억원 규모로 제주항공에 매각될 예정인데, 대주주들은 돈을 챙기려는 욕심만 낼뿐 노동자들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타항공 창업주는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의원이다. 이 의원은 지난 19대에 이어 21대 총선에서도 전주(을)에서 당선됐다. 바로 앞서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도 지냈다. 이 의원은 KBS와 인터뷰에서 “경영에 7년째 관여를 하지 않고 있기에 체불 임금은 나와 관련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의원 가족들은 아직도 회사 내 요직에 있다. 최종구 대표이사는 이 의원과 이전 회사에서부터 같이 일해 온 친분이 있고, 이수지 브랜드마케팅 본부장은 이 의원의 장녀다. 이 의원의 전 보좌관은 전무이사로 있고, 조카 등 친척들도 주요 보직을 지내고 있다. 이스타항공 최대주주는 지분 40%를 보유한 이스타홀딩스인데, 이 의원의 딸과 아들이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다. 26살 때 이사로 이름을 올린 이 의원의 장녀는 2년 전 상무로 입사해 브랜드마케팅 본부장으로 있으면서 연봉이 1억 1700만원에 달했다. “회사 경영과 관련이 없다”는 이 의원의 해명을 노조가 납득하지 못하는 이유다.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지난 19일 민주당 전북도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월에만 50억 이상의 흑자를 보던 이스타항공이 한 달 만에 임금을 체불하고 무지막지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며 “이는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라 제주항공에 매각하기 위한 구조조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회사 측은 항공기 운항을 전면 중단하고 4월부터 반강제적 희망퇴직 및 계약이 해지된 570여명을 쫓아냈다”며 “이 같은 상황에 경영진은 ‘매각에서 남는 돈이 없어 줄 돈이 없다’며 체불임금마저 포기하라고 종용까지 했다”고 비난했다.

이 의원은 인수 주체인 제주항공이 체불임금을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계약서상 제주항공이 임금체불을 해결해야 하는데 이행을 안 하고 있다”고 언론에 밝혔다. 반면 제주항공은 “체불임금을 인수자 측이 해결해야 한다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며 경영권이 넘어온 것도 아닌데 체불임금 문제를 책임질 수는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스타항공 매각은 현재 안개속이다. 임금 체불은 매각과는 전혀 별개 문제다. 항공업계가 어렵다는 것을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창업주인 이 의원은 공인으로서 직원들의 간절한 호소에 응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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