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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M&A 걸림돌이 직원 임금체불이라니…

이스타항공이 바람 앞 등불 신세가 됐다. 이스타항공 인수 계약이 난기류에 휩싸여 있는데다 임금체불을 둘러싼 직원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여기에 이스타항공 창업자인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의원의 딸과 아들이 이스타홀딩스의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영인이자 공인으로서 이 의원의 자질과 도덕성에도 적지 않은 흠집을 남기고 있다.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합병(M&A) 거래 종결 시한은 29일이다. 하지만 양사 간 입장 차이에 갈등만 커져 M&A 계약이 파기 수순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흘러나온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 과정에서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분은 체불임금을 누가 책임지느냐는 문제다. 이스타항공은 계약서상 체불 임금 비용은 인수 주체인 제주항공이 떠안기로 돼 있다고 주장하고, 제주항공은 그런 의무가 없다며 체불임금은 이스타항공 측이 스스로 해결하라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스타항공은 이미 곳간이 바닥났다. 조업비, 유류비 등을 연체한 실질적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다. 정부가 항공사에 대한 지원 계획을 밝혔지만 이스타항공은 부채 규모 등이 지원 조건에 맞지 않아 기간산업안정자금 대상에서 제외됐다. 인수가 결렬될 경우 정부 지원 없이 이스타항공은 독자 회생이 불가능하다. 경영 악화로 일반 대출은 거의 막힌 상태다.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성공적으로 인수되는 것이다.

양사 샅바 싸움으로 현재 이스타항공은 2월부터 임금을 미지급해 총 250억원의 체불임금이 쌓여 있다. 인수 대금이 545억원인데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액수만큼 체불임금이 쌓인 것이다.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은 연금 미납 등으로 인해 대출이 막혀 있는 상태에서 적금을 해지하고, 가족이나 친척을 통한 대출 등으로 힘겹게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울증과 불면증을 넘어 자살충동을 느낀다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현재 이스타항공에 주어진 선택지는 체불임금 문제를 대주주인 이상직 일가가 어떻게든 부담하고, 하루빨리 인수절차를 마무리 짓는 것이다. 이스타항공 지분 40% 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이스타홀딩스는 이상직 의원의 딸과 아들이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다. 사실상 이상직 일가가 이스타항공의 대주주인 셈이다. 이스타항공 노조를 비롯해 근로자들은 체불임금을 해결해야 하는 주체가 다름 아닌 이상직 의원이라고 지목하고 있다. 이들은 “노동자의 고용과 생계를 뒤흔드는 몰염치한 행각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며 거리 투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 예일대 역사학 교수인 ‘폴 케네디’는 “21세기 기업가나 정치가는 성직자에 준하는 고도의 도덕성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고 말했다. 떳떳하지 못한 경영에는 어떤 가치도, 희망도 없다. 직원들의 존경을 받지 못하는 경영자는 경영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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