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의 창업주인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의원이 자녀가 보유하고 있는 이스타홀딩스 주식 전량을 회사 측에 헌납하겠다고 밝혔다. 직원 체불 임금 문제로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M&A)이 답보상태에 빠지고 이 의원 일가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비난이 확산되자 이 의원이 직접 나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인 체불임금을 누가 책임질 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이 의원의 지분 헌납 발표는 결국 체불임금을 주지 않으려는 꼼수”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29일 이스타항공 서울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회사 김유상 전무가 이 의원의 입장문을 대독했다. 핵심은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소유하고 있는 이스타항공 지분 모두를 회사 측에 내놓겠다는 내용이다. 이 의원은 편지 형식의 입장문을 통해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이 지연되면서 무분별한 의혹 제기 등으로 이스타항공은 침몰당할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며 “이스타항공의 창업자로서 번민과 고민 끝에 결단을 내렸고, 가족이 희생을 하더라도 회사를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는 “코로나19로 모든 항공산업이 풍전등화이고 회사와 구성원은 살아야 한다는 절박함에 놓여 있다”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 창업자의 초심과 애정으로 이스타항공이 조속히 정상화하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 모회사인 이스타홀딩스는 이 의원 일가(아들·66.7%, 딸·33.3%)가 지분 100%를 보유한 가족 회사다. 이스타홀딩스는 이스타항공 지분 39.6%(약 410억원)를 보유한 대주주다. 이스타항공의 250억원 규모 임금 체불 문제로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합병 절차가 난항을 겪자 주식 매입 자금 출처와 편법 승계 여부 등 이 의원 일가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확산되고, 이상직 의원에 대한 비난도 쏟아졌다.
이 의원은 지분 취득 과정과 관련해 “이스타홀딩스의 이스타항공 주식 취득 과정과 절차는 적법했고, 관련 세금도 정상적으로 납부했다”고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이스타항공 노조는 그러나 “이미 빚 덩이인 회사 지분을 내려놓는 것은 책임을 지는 게 아니라 자신의 안위만 챙기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스타항공 한 직원은 “(회사) 부실이 점점 커지니 꼬리자르기 차원에서 포기 선언을 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체불 임금이 M&A의 결정적인 걸림돌이라는 게 직원들 입장에서는 분통터질 일이다. 몇 달치 임금을 받지 못한 것도 억울하고 서러운 판에 이로 인해 자칫 회사까지 망가질지도 모르게 생겼으니 말이다.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 입장을 들어보면 이 의원의 이번 입장문 발표만으로는 개운치 않은 구석이 많은 것 같다. 입장문 하나 덜렁 발표해 위기를 모면하려 한다고 문제가 해결될 일도 아니다. 대주주가 내려놓아야 직원들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회사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