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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사태, “경영자의 도덕성이 기업 성패 좌우한다”

역사학자 폴 케네디 예일대 교수는 그의 저서 ‘강대국의 흥망’에서 “21세기 기업가나 정치가는 성직자에 준하는 고도의 도덕성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안 되며, 경영자의 도덕성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설파했다. 리더가 고고한 인격과 도덕성을 갖추고 있을 때 구성원들은 존경과 신뢰로 보답한다.

존경 받는 CEO들의 공통점을 한 가지 꼽으라면 바로 갈고 닦은 인격에서 우러나는 ‘도덕성’이다. 기업의 흥망성쇠는 궁극적으로 기업가의 사람됨에 달려 있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요즘 저가항송사인 이스타항공이 직원 체불임금과 가족 편법 증여, 페이퍼컴터니 등의 논란에 얽혀 안팎으로 심한 역풍을 맞고 있다. 이스타항공 창업주는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의원이다. 이 의원은 폴 케네디 교수가 ‘성직자에 준하는 고도의 도덕성’을 강조한 기업가이자 정치인인 셈인데, 이스타항공을 향한 비난의 화살이 온통 그를 겨냥하고 있다.

전북 지역 3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전북민중연대는 지난 1일 편법 증여 등의 의혹에 휩싸인 이상직 의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민중연대 회원들은 이날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천600명의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이 250억원에 달하는 임금 체불과 계약직 해고·희망퇴직·임금 삭감 등 일방적 구조조정으로 고통 받고 있으나 실소유주인 이 의원은 눈 가리고 아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이 의원은 해고와 임금 체불로 길거리를 헤매는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과 페이퍼컴퍼니, 자녀 편법증여 등 숱한 의혹에 대한 제대로 된 답변조차 없다”고 성토했다. 이 의원은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자녀 2명에게 이스타항공 지분을 편법 증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의원 자녀들은 2015년 10월에 만들어진 자본금 3000만 원짜리에 불과한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이스타항공 주식 524만주를 취득했다.

당시 이 의원의 딸과 아들은 각각 20대, 10대로 뚜렷한 경제활동 없이 이스타항공의 최대주주가 됐다. 논란이 불거지자 이 의원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스타항공의 가족 지분 모두를 회사에 헌납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수협상 대상인 제주항공과의 사전 협의나 구체적 내용 없이 일방적으로 언론에 발표해 여론무마용 꼼수라는 의구심만 키우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훌륭한 경영자가 많이 있지만,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경영자는 그리 많지 않다. 기업은 경영자의 꿈을 실현하는 도구도, 경영자의 배를 불리는 도구도 아니다. 종업원과 그 가족의 장래를 챙겨주고, 더 나아가 인류사회 발전에 공헌해야 영속성과 신뢰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개관사정(蓋棺事定)’이라고, 죽어서 관 뚜껑을 덮은 후에라야 비로소 그 사람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된다고 했다. 모름지기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지만, 기업가는 죽어서 명예로운 이름을 남겨야 성공한 인생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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