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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방망이 처벌이 폐기물 불법투기 부른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급증하는 사업장폐기물 처리는 현대사회의 심각한 고민거리 중 하나다. 환경부가 강력한 정책과 행정력을 동원해 불법을 차단하고 있지만 여전히 투기행위는 진행 중이다. 생활 폐기물 방치 현장은 재활용 업체나 공장 용도로 신고해 허가를 받아 운영이 여의치 못하자 폐기물만 쌓아 둔 문을 닫아버리거나 아예 빈 공장을 임대해 폐기물을 가져다 버리고 도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두 달 간격으로 군산 국가산업단지 공장 창고 두 곳에서 연이어 큰 불이 났다. 불이 난 두 곳 모두 임차인이 똑같다. 임차인 A(49)씨는 작년 3월께 군산2국가산업단지의 비응도동에 공장을 빌려 이용하면서 사업장폐기물 2천∼3천여t을 불법으로 쌓아 뒀다.

군산시는 지난해 11월 현장 점검을 벌여 이런 불법행위를 확인하고 임차인 A씨에게 처리 명령을 내렸으나 이행되지 않았다. 현행 소방시설법에는 건축물(면적·층수) 관련 조항만 있을 뿐 폐기물 처리시설에 적용할 소방시설 설치 기준은 없다. 따라서 건축물 형태 건물에만 관련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게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조사 결과 A씨는 경북 칠곡경찰서에서도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었다. A씨는 비응도동 공장의 불법 폐기물을 쌓아 둔 채 올해 3월에는 같은 산업단지 내 오식도동에서 공장을 빌려 똑같은 수법으로 폐기물 불법 투기를 계속하다가 잠적했다. 그러다가 한 달도 못 된 4월 초에 오식도동 공장 창고에서 큰 불이 났다. 화재 진압에 16시간이 걸릴 정도 규모의 대형 화재였다. 오식도동 화재로부터 2개월여 후인 6월 말에 또 비응도동 공장 창고에서 더 큰 불이 났다. 화재 진압에만 무려 7일이 걸렸고, 투입된 장비는 소방차 등 151대, 인력은 618명에 달했다. 해당 창고 역시 지난해 말 지자체 단속을 통해 폐기물을 무단 적치한 사실이 발각됐으나 별다른 조치 없이 수개월 째 방치됐다.

경찰은 폐기물이 적치돼 있는 보관창고에 외부인이 드나들기 힘들고 인적이 드문 점 등을 들어 방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잠적한 A씨의 뒤를 쫓고 있다.

폐기물 불법투기, 불법처리는 불특정 다수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는 중대 범죄행위다. 지금까지 보여 준 행정당국의 솜방망이 대처와 미진한 법규로는 ‘백년하청(百年河淸)’이다. 영리를 목적으로 폐기물을 불법 투기한 불법자들과 유통조직에 대해 더 강력한 법적제재를 가해 범죄 재발을 막아야 한다. 아울러 부족한 쓰레기 매립장·소각장 확충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그렇다고 구조적 원인을 외면한 채 기업에 책임을 지우고 불법 투기를 단속하는 것만으로 해결될 일도 아니다. 생산 단계에서부터 재활용을 염두에 둬야 하며 불필요한 포장은 과감히 줄여야 한다. 당장 불편하더라도 일회용품을 적게 쓰고, 덜 배출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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