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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기증, ‘내 안의 편견’부터 깨야한다

일상에서 접하는 무수한 뉴스에서 가장 진한 감동을 전해주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장기기증 관련 사연이다. 이식을 필요로 하는 타인에게 장기를 기증하는 일은 이타적인 관용을 베푸는 최고의 선(善) 그 자체다. 장기기증은 한 생명을 회생시키기도 하며, 생명과 직접 연관이 없는 경우에도 수혜자 삶의 질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향상 시켜준다.

작년 이맘 때, 뇌사상태에 빠져 있던 4살 난 여자 어린이가 다른 어린이 4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난 사연이 소개돼 우리 모두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김하늘 어린이는 2018년 12월 가족과 함께 가평의 한 펜션으로 여행을 갔다가 펜션 수영장에 빠져 의식을 잃은 뒤 뇌사판정을 받고 7개월 동안 연명치료만 받았다. 결국 그의 부모는 장기기증을 결심했고, 김 양은 심장과 간, 폐, 콩팥 1개씩을 4명의 어린이에게 이식한 뒤 ‘하늘의 천사’가 됐다.

부모들이 장기기증이라는 어려운 결심을 하게 된 배경에는 “하늘이의 심장을 다른 곳에서 뛰게 해주면 어떻겠느냐”는 병원 측의 제안이 있었다고 한다. 내 아이의 장기가 다른 아이의 몸속에서라도 살아 있기를 바라는 부모로서의 애절한 마음이 그런 눈물겨운 결단을 하게 만든 게 아니었을까.

전북대병원에서 뇌사 판정을 받은 김모(72‧여)씨가 이식 수술을 기다리던 대기 환자 5명에게 지난 6일 간장과 신장, 각막 등 새 생명을 선물하고 생을 마감했다. 최근 뇌출혈 증세로 입원한 고인은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뇌사판정을 받았다. 김씨 가족들은 “본래 심성이 착하고 평소 어려운 이웃에게 나누길 좋아했던 고인의 삶을 기리고자 장기기증을 결정했다”면서 “마지막까지 좋은 일을 하고 가실 수 있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26일에는 뇌출혈 치료 중 뇌사판정을 받은 강모(83‧여)씨가 투석을 하며 이식 수술을 기다리던 신장이식 대기환자 2명에게 새 생명을 기증했다. 같은 달 21일에도 윤모(53‧남)씨가 6명의 숭고한 목숨을 살렸다. 앞서 12일는 불의의 사고로 뇌사판정을 받은 박모(73‧남)씨가 2명에게 새 삶을 선물했다.

전국적으로 장기이식을 받기 위해 국립장기이식센터에 등록된 대기자는 4만1000여 명에 이른다. 반면, 뇌사 기증자는 전국적으로 매해 500여 명에 불과하다. 이식대기자의 대기기간이 길어지면서 수많은 환자들이 장기기증을 기다리다가 받지 못한 채 유명을 달리하고 있다. 우리나라 뇌사장기 기증은 인구 100만 명 당 9.95명에 불과해 선진국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 상황이다. 장기 기증은 고인(故人)의 아름다운 뜻을 세상에 전하는 뜻깊은 선물이다. 그러나 누가 강요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장기기증을 통한 생명나눔운동을 확산시키려면 ‘내 안의 편견’부터 깨야 하고, 사회적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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