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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화된 체육계 인권 유린 언제까지 방관만 할 것인가

전북도는 지난 10일 도 직장운동경기부 선수단을 대상으로 ‘스포츠인 권익센터 인권교육’을 실시했다. 이번 인권교육은 최근 체육계의 폭력행위 등 고질적인 문제가 다시 대두됨에 따라 선수단의 경각심 제고와 자정 기능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교육은 스포츠계 폭력행위 등의 실태와 유형, 현장에서 발생했던 사례 제시, 2차 가해의 위험성, 예방·대처방안 등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상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침해 요소에 대한 사전 예방과 신속한 대처 등에 대한 교육도 있었다. 도는 “모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침해 요소에 대한 사전예방 및 신속한 대처 등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인식하는 뜻깊은 교육이 됐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전혀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이 같은 이론에 치우친 보여주기 식 교육으로는 예산만 낭비될 뿐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철인 3종 국가대표를 지낸 최숙현 선수가 감독·트레이너 등의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지난달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체육계의 고질적인 인권침해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녹취록과 동료의 증언을 통해 드러난 폭력의 수위는 경악스러울 정도였다. 더 참담한 것은 최 선수가 수개월 전부터 관계기관에 피해를 호소했는데도 계속 외면당한 점이다. 산하 스포츠인권센터를 통해 신고를 접수한 대한체육회는 수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방관했고, 수사당국은 훈련 일정과 가해자 부인 정황 등을 들며 시간을 허비했다. 이번 사건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지인들이 글을 올려 알려졌다. 국민청원이 없었다면 그냥 묻혔을 법도 다분했다.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가 2018년 12월 담당 코치의 잔혹한 폭력과 성폭행 사건을 폭로하며 스포츠계가 발칵 뒤집어졌던 적이 있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여자 컬링 은메달을 딴 ‘팀킴’ 멤버들은 그해 11월 “지도자들에게 폭언을 당하고 상금도 못 받았다”고 폭로했다. 지난해 1월엔 여자 유도선수 출신 신유용이 코치로부터 상습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당시 정부는 비리 근절과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문체부는 스포츠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고 폭력사건이 자주 발생하는 합숙소 폐지 등의 학교 스포츠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에도 대한체육회는 중징계 처벌을 강조하며 부랴부랴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체육회가 지도자, 선배들의 성폭행·폭행으로부터 새롭게 태어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한 게 어디 한 두 번인가. 사건만 터지면 호들갑을 떨다가 여론이 고개를 숙이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일상으로 돌아가는 게 다반사다. 그럴듯한 말과 사후약방문 식 대책으로는 체육계에 일상화된 폭력과 인권침해를 뿌리 뽑을 수 없다. 운동선수들의 근본적인 교육시스템과 교육환경, 관련자들의 의식 구조가 전면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선수 인권 없는 스포츠 강국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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