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M&A)을 추진해온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촉구한 선행조건 이행 마감 시한(15일)이 지났다. 선행조건 이행을 위해서 이스타항공이 해소해야 하는 미지급금은 1700억원이다. 이미 심각한 경영난으로 임금마저 체불한 이스타항공이 이를 모두 이행하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셧다운(운항중단)에 들어간 이스타항공은 보유현금이 바닥난 지 오래다.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부채는 2200억원에 달해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이스타항공은 과거에도 매각설이 나돌 정도로 경영상황이 좋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올해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막판에 내몰리고 말았다.
사태가 이렇게 되기까지 실질적 대주주인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의원의 책임이 막중하다. 이스타를 인수하기로 하고 결정을 미루는 제주항공을 탓할 수도 있지만 그 이면을 보면 이 의원의 탐욕과 그의 주변에 있는 친인척 등 조력자들의 책임이 더욱 크다.
여러 차례 보도된 바와 같이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 의원은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자녀 2명에게 이스타항공 지분을 편법 증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의원 자녀들은 2015년 10월에 만들어진 자본금 3000만 원짜리 회사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이스타항공 주식 524만주를 취득했다. 당시 이 의원의 딸과 아들은 각각 20대, 10대로 뚜렷한 경제활동이 없는 상태로 이스타항공 최대주주가 됐다. 대표이사는 이 의원과 이전 회사에서부터 같이 일해 온 친분이 있는 인물로 전해졌다. 딸은 브랜드마케팅 본부장, 전 보좌관은 전무이사, 조카 등 친척들도 주요 보직을 지내 왔다. 논란이 불거지자 이 의원은 이스타항공의 지분 모두를 회사에 헌납한다고 밝혔다. 직원들의 목소리엔 침묵으로 일관하다 각종 의혹이 언론에 보도되자 그제야 부랴부랴 대응에 나선 모양세였다. 이마저도 이 의원의 발 빼기 논란이 일었다.
제주항공과의 M&A가 불발될 경우 이스타항공은 빈껍데기만 남은 상태라 회생 가능성도 회의적이다. 제주항공이 계약을 파기할 경우 이스타항공은 곧바로 법정관리를 신청할 가능성이 높다.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돼 법정관리 신청이 기각되면 파산절차를 밟게 된다. 파산하게 될 경우 가장 큰 문제는 1600여명의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점이다.
체불된 임금만 260억원에 달한다. M&A 과정에서 양 사는 정부의 자금 지원을 잔뜩 기대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아무리 나라 돈이 눈먼 돈이라 하지만 모두 국민 세금이다.
회사 사정이 이 지경인데 실질적 대주주인 이 의원은 정치판 주변을 한시도 벗어나지 못했다. 두 번에 걸친 금배지로 명예와 권력은 얻었을지 모르지만, 회사에 헌신한 수많은 직원들은 거리에 나앉게 생겼다. 인생사 자업자득이라고, 이 의원이 결자해지의 진정성을 보일 때 그나마 얽히고설킨 실타래가 조금이나마 풀리고 속죄하는 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