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가 우리 사회에 던진 화두 중 하나가 허술한 공공의료 시스템의 보완이다. 감염병과 최일선에서 싸울 인력 자체가 태부족인 상태로 버티고 있다는 게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우려되는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방역 현장에서 근무하는 의사와 간호사, 역학조사관, 보건소 공무원 등 현장 대응 인력들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장기전으로 접어들면서 코로나19와의 싸움 최전선에 투입돼 무겁고 답답한 방호복을 입은 채 가족과 격리돼 생활해야 하는 의료진들의 탈진한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본격적인 여름에 접어들면서 무더위와도 사투를 벌여야 한다.
의사 출신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방역 업무 중 확진 판정을 받은 의료기관 종사자는 지난 13일 기준 133명이었다. 직군별로는 환자와의 직접 접촉이 잦은 간호사가 77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밖에 간호조무사가 33명, 의사가 10명으로 나타났다. 신체뿐만이 아니다. 정신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진지 오래다.
전북도가 코로나19 의료진을 대상으로 정신건강검진을 실시한 결과 이들 중 절반 이상이 정신건강 고위험군으로 나타났다. 도가 지난 5월 20일부터 지난달 12일까지 군산·남원·진안의료원 소속 의료진과 병원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325건의 심리지원서비스를 진행한 결과 193건이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세부적으로는 자가 검진 항목 중 스트레스반응(36%), 우울증(16%), 불면증(15%), 불안장애(15%), 자살생각(6%), 조기정신증(5.5%), 알코올사용장애(4.6%), 산후우울증(1%) 순으로 심리적 압박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스트레스 반응에서 가장 높은 이상반응을 보였다. 검사자 중 27.8%나 치료가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55.1%가 경계선에 놓여있었다.
우울장애 분야에서도 44.2%가 ‘위험’ 항목에 체크했으며, 불안장애는 24%가 ‘불안’하다고 답했다. 전체에서 6%가 참여한 자살행동에도 28.6%가 치료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대부분 의료진은 2차 감염에 대한 우려로 스스로가 불안해하고 있으며, 가족들 사이에서도 감염우려 때문에 소외되고 있다는 게 전북도 정신건강복지센터 측 설명이다.
코로나19 대응 주역은 의료진과 방역팀이다. 헌신하는 의료진 덕분에 한국은 전 세계에서 코로나 방역 선진국 대접을 받고 있다. 그러나 ‘K방역’의 영웅인 의료진들은 사명감과 자부심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한계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언제까지 그들에게 헌신과 사명감만을 요구할 수 없다. 의료진의 건강과 마음이 상하지 않도록 긴급 보호 대책과 사기 진작 프로그램이 더욱 현실성 있게 마련돼야 한다. 이들의 안전보장과 처우개선에도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K방역이 말뿐인 자화자찬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