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교통사고 처벌을 강화한 ‘민식이법’을 놓고 사회적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3월 25일부터 시행된 민식이법은 스쿨존 교통사고 가해자에 대해 12세 미만 어린이 사망사고의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 상해사고의 경우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통계에 따르면 법이 시행된 이후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스쿨존에서 80여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스쿨존 사고에 대해 운전자 책임을 과도하게 지운 민식이법에 대한 공포감 때문에 운전자들은 스쿨존을 지날 때마다 노심초사하고 있다. 안전운전 위반이라는 단서가 있지만, 불가항력적인 사고까지도 운전자가 과도하게 처벌받을 수 있다는 반발여론이 만만치 않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법 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들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민식이법과 관련한 나비효과도 속출했다. 스쿨존 표시 내비게이션 개발, 스쿨존 사고 전문 보험 출시에 이어 스쿨존 경유 구간을 피해 광역버스 노선까지 변경되는 사례까지 있었다.
초등학교 학생들 사이에서는 민식이법 놀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한다. 이른바 ‘민식이법 놀이’라 불리는 이 놀이는 스쿨존에 차량이 진입할 때 학생들이 몰래 따라가 운전자를 겁주는 놀이다. 민식이법으로 인해 처벌이 강화한 사실을 초등생들이 알고 운전자를 놀리는 것이다. 일종의 운전자 조롱이다.
지난 5월 전주시 반월동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유아 사망사고를 낸 50대 A씨에게 경찰이 민식이법을 적용해 검찰로 송치했다. 사고 당시 제한 속도는 지켜졌지만 불법유턴 등 안전운전 의무를 위반했다는 게 혐의적용의 핵심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블랙박스 분석 결과 사고 당시 A씨의 차량 속도는 시속 9~18㎞ 사이로 확인됐다. 제한속도 위반은 아니지만 스쿨존 내 불법유턴이 발목을 잡았다. 경찰은 민식이법 시행 이후 전국적으로 첫 사망 사고였던 만큼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법조계는 추후 재판 과정에서 관련법에 속도 등이 명시된 만큼 법리 적용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관련 법령이 속도를 기준으로 하고 있는 점, 사망한 아이의 보호자가 보호자의 의무를 위반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따져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법은 상식의 연장이다. 스쿨존 안전운행에 무감각한 운전관행을 규제하겠다는 입법 취지에 반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모든 스쿨존 교통사고에 대해 예외 없이 운전자의 책임을 묻는 과잉처벌 규정으로 상식이 파괴된다면 법이 제 구실을 하기 힘들다.
최근 일부 국회의원들이 민식이법 개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민식이법의 취지를 살리면서 법 상식을 벗어나지 않는 묘안이 나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