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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협회 총파업 으름장, 누구를 위한 파업인가

대한의사협회는 정부가 원격의료, 의대 정원 증원 등을 추진하면 집단행동에 나서겠다며 또다시 총파업 카드를 꺼냈다. 파업 명분을 구체화 시키는 수단으로 자체 설문 조사까지 내밀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2일 용산구 임시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원들을 대상으로 의료계가 반대하는 첩약 급여화, 의대 정원 증원, 공공 의대 신설, 원격의료 등 정부 의료정책에 대한 대응책을 물어본 설문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설문에 참여한 회원의 42.6%는 정부가 이들 정책을 밀어붙인다면 ‘전면적인 투쟁 선언과 전국적 집단행동 돌입’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투쟁 없이 정부와 대화’를 선택한 회원은 5%에 그쳤다. 의사협회는 정부 측에 자신들의 요구안을 내밀고 정부의 답변에 따라 전국 총파업과 의사면허 반납 투쟁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 사태에서 지역의 의료인력 부족에 대한 문제의 심각성이 대두하자 의대 입학정원 증원 등의 대안을 내놨다. 내년도부터 의대 입학정원을 늘려 10년간 4000명의 의사를 추가로 양성하고 이 가운데 3000명은 지역의사 특별전형을 통해 선발해 지역의사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폐교된 서남대 입학정원을 승계해 공공의대로 전환할 방침도 세웠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의사협회가 즉각적으로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충분히 예견된 일이다.

의대 정원을 늘리면 의사 인력 공급 과잉에 따른 의료비 상승 및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논리다. 의료 인력 확충의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현재 의대 정원은 한해 3058명으로, 2006년 이후 15년째 동결된 상태다.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 단체들이 정원 확대에 강경하게 반대하고 있어서다.

이번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국내 의료 공백이 얼마나 심각한지 국민 모두가 절감했다. 2017년 기준 인구 1000명당 우리나라 의사 수는 2.3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3.4명)에 비해 현격히 적다. 한국 의사의 상대적 노동량은 OECD 평균보다 3.37배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의사 부족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뜻이다. 그런데도 의료계는 지금도 의사가 많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그들의 속마음이 무엇인지는 물어보나 마나다.

의사증원 문제를 둘러싸고 의·정 간 갈등은 근 40여년에 걸친 해묵은 논쟁이다.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사회 진척과 복지 증가를 감안하면 전문 의료 인력의 수요는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의사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의료취약지역과 의료 부문 간 불균형 해소로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더욱 급선무다.

의료계는 내 밥그릇만 지키겠다는 집단이기주의에만 집착하지 말고 국내 의료 여건 개선에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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