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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딜’로 끝난 이스타항공 M&A, 법적 책임 엄히 물어야

제주항공-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이 결국 무산됐다. 인수합병을 추진 중이던 제주항공은 지난 23일 “불확실성이 크다”며 포기 의사를 공식 밝혔다. 지난해 12월 주식매매계약(SPA) 체결과 관련한 양해각서(MOU)를 맺은지 약 7개월만이다. 이로써 이스타항공은 출범 13년 만에 간판을 내려야 할 최악의 상황에 처했다.

이스타항공의 자본잠식 상황을 고려하면 회생 가능성이 희박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이스타항공이 파산하면 당장 1600여명의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이스타항공은 오랫동안 자본잠식 상태에서 허덕였지만 이를 타개할만한 경영개선을 이루지 못했다는 게 업계 평가다. 대신 다른 계열사로부터 돈을 빌려와 급한 불을 끄는 데 급급했다. 인수합병 추진 과정에선 이 회사 실질적인 주인인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의원 자녀들의 편법증여 의혹도 불거져 나왔다. 이 같은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M&A가 무산됐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M&A 무산 과정에서 부각된 이스타항공 대주주 이상직 의원 일가를 둘러싼 책임론도 계속 불거질 전망이다. 이스타항공의 직원 임금 체불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 의원 일가에 대한 책임론이 줄곧 제기됐지만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 급기야 제주항공과의 M&A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이스타홀딩스가 보유한 이스타항공 지분을 헌납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시기도 늦었고 이후 사재 출연 등 추가 조치 요구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M&A 무산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 자녀들의 지분으로 이스타홀딩스 설립 후 이스타항공 주식을 사들이는 등의 편법 승계 논란이 일었고 이에 동원된 자금 출처가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오면서 도덕적 해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스타항공은 법정관리(회생절차)에 돌입한 뒤 정부로부터 금융 지원을 통해 자력으로 경영을 이어가거나 제3의 인수자를 물색하는 등의 ‘플랜B’를 가동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문제는 당장 운항을 재개할 자금마저 부족한 이스타항공이 취할 만한 자구안이 거의 없다는 데 있다. 여기에 이 의원 일가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코로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업황 악화로 새로운 인수자를 찾는 방안 역시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이스타항공이 회생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전북도민이면 누구나 한결 같을 것이다. 이스타항공이 파산 직전으로 내몰리자 ‘전북 향토기업 이스타를 살리자’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그러나 그에 앞서 기업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위기가 닥치면 ‘애향’에 읍소하는 고약한 ‘애향 문화’야 말로 또 다른 이름의 ‘적폐’다. 불법적인 부분이 있다면 법적 책임 소재부터 엄히 밝히는 게 당연한 순서다. 아울러 이스타항공 인수를 앞세워 특혜를 받은 뒤 ‘먹튀’ 논란 의혹을 받고 있는 제주항공에 대해서도 정확한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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