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각 자치단체들마가 제 1순위로 갈망하는 정부 정책이다. 가장 빠르고 손쉽게 지방으로의 인구 유입 효과를 얻고, 가시적인 지역발전 효과를 즉시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게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다. 때문에 자치단체들은 한 곳이라도 더 많게, 기왕지사 부가가치가 높은 기관을 유치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정부가 수도권에 있는 120여개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카드를 본격적으로 꺼내 들자 전국 자치단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수도권 공공기관 100여 곳 2차 지방이전’에 대한 기본계획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문 대통령도 다음날인 21일 국무회의에서 “한국판 뉴딜은 수도권 중심에서 지역중심으로 국가발전의 축을 이동시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노무현 정부가 2004년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을 제정하며 본격 추진됐다. 2007년부터 이전 작업이 시작돼 2017년까지 총 153개 공공기관 본사 지방 이전이 완료됐다. 이에 따라 5만1,000여명이 10개 혁신도시와 지방 도시 등에 둥지를 틀었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중단하면서 더 이상 진전이 없었다.
이번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 카드는 노무현 정부에서 ‘미완’으로 끝난 국가균형발전 의제를 완성하는 한편, 최근 수도권 집값 급등에 따른 부동산 민심 이반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1차 공공기관 이전 영향으로 수도권 인구는 2011년 처음으로 인구 유입보다 유출이 많은 순유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수도권 인구는 2017년 다시 순유입으로 역전됐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처음으로 추월해 전체 인구의 50%를 넘어섰다. 국가에서 인위적으로 통제하지 않는다면 수도권과 지방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막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반증이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야 말로 통제 불능 상태인 수도권의 팽창과 버블을 조율하고 아사상태에 빠진 지방에 조금이나마 숨통을 열어 주는 단비와 같은 것이다.
현재 수도권 공공기관은 300곳이 넘는다. 2005년 6월 이후 지난해까지 신설된 공공기관 133개 중 수도권에 입주한 74곳(55.6%)이 주요 이전 대상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다수의 이해관계가 걸린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야권과 보수언론 등에서는 ‘국면전환용’ 등을 운운하며 딴지를 걸고 있지만 ‘이방인’들의 그런 허접한 말 따위에 발목이 잡혀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 지방이 살아야 수도권도 살고, 국가도 산다. 지방에 대한 투자는 산업으로 치자면 기본 ‘인프라’에 씨를 뿌리는 것과 같다. 뿌리가 잘근잘근 썩어 가는데 나무가 온전하게 자라길 바란다는 게 도대체 말이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