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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길 끊길라…이스타항공 살리기에 나선 도의원들

지난 27일 열린 전북도의회 임시회에서는 파산 위기에 직면한 이스타항공을 살리자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높았다. 실직 위기에 내몰린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의 생계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는 건의안도 채택했다. 이스타항공 실질적 오너가 여당의 국회의원이라서 그럴 리는 없었을 테지만, 도의원들이 이처럼 특정 기업을 구원하자고 일사분란하게 나서는 것도 꽤 보기 드문 모습이다. 물론, 항공사라고 하는 특수성을 지닌 기업이긴 하지만 말이다.

조동용 도의원(군산 3)은 이날 5분 자유발언을 통해 “군산공항은 하루 3편의 노선 운항에 불과하지만, 상징적 지위는 그 이상 의미를 지닌다”면서 “도내 유일한 하늘길이 막힌 기간 어림잡아 10만 명 가량의 도민들이 김포와 광주공항 또는 배편을 이용하는 불편을 감수하고 있는데도 전라북도가 수수방관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추궁했다.

박용근 도의원(장수)은 “파산 위기에 내몰린 이스타항공을 전북도와 도의회, 도민 등이 힘을 합해 살리자”고 제안했다. 박 의원은 “이스타항공이 지금 위기를 극복한다면 푸른 창공을 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갖춘 기업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김정수(익산 2) 의원은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의 생존권 보장, 고용불안 해소·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종합계획 수립 등의 내용이 담긴 건의안을 대표 발의해 채택됐다. 김 의원은 “최근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가 무산돼 법정관리에 돌입하면 청산 결정이 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는 적극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스타항공이 파산 위기에 직면하고 대한항공마저 군산∼제주 노선의 운항 중단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북의 하늘 길이 끊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대한항공의 군산~제주 노선은 저비용항공사인 이스타항공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수익성이 좋지 않아 오래 전부터 운항폐지를 고민해 왔다. 그러던 차에 코로나19 여파로 항공 수요가 감소하며 손실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게 되자 운항 중단을 구체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의 항공 노선은 군산∼제주뿐인데, 대한항공이 편도 기준 하루 1편이고 이스타 항공이 2편이다. 대한항공이 실제 운항 중단을 강행하면 전북의 하늘 길은 완전히 끊길 수도 있다. 지난 23일 제주항공이 ‘노딜’을 선언하면서 이스타항공은 출범 13년 만에 문 닫을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지역에 공항이 하나 있고 없고의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도민들을 위해서나, 전북의 미래를 위해서나 항공사가 사라지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미우나 고우나 어떤 식으로든 일단 항공사는 살려 내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뒷맛은 영 개운치 않다. 기업은 경영자가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매번 그 뒷수습은 국민들의 혈세로 감당해야 하니 분노가 치민다. 항공사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라도 살리긴 해야겠지만, 그에 앞서 그간 불거진 기업 내부의 불법‧편법적인 부분들에 대한 엄중한 조사도 필히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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